노대통령과 한겨레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7-03 21:24:48

{ILINK:1} 현직 대통령이 한겨레 신문발전기금으로 1000만원을 내기로 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개인자격으로 ‘한겨레 제2창간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겨레측은 “한겨레에서 먼저 대통령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요청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국민주 신문 컨셉에 맞는 제2창간 운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의 한 사람으로서 발전기금을 내겠다는데 거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역 대통령이 신문업계 전체의 이익이 아닌 특정 신문사에 대한 지원은 적절한 것인가.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하다. 적절하기는커녕 정당성도 없다.
대통령과 신문, 즉 ‘권력과 언론’은 상호 견제, 감시하는 관계이지, 유착하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혜 대상인 한겨레 역시 이를 선의운운하며 덥석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비록 대통령이 먼저 제의했더라도 이를 거부해야 옳았다는 말이다.
어쩌면 한겨레는 1000만원 지원 이상의 신뢰도 손실을 입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정치권력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던 한겨레의 존재의의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에서는 한겨레가 친정부적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는데 이번 일로 그런 비판이 더욱 가중될 것은 불 보듯 뻔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한겨레가 스스로 밝혔듯이 조·중·동 등 수구언론세력들이 또 생트집을 잡아 악선전을 해댈 게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 아니겠는가.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도 그 1000만원을 받아들인 이유가 무엇인가.


단지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거절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한겨레의 답변은 너무나 옹색하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만, 행여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대통령과 정치적 뜻을 같이 하는 당과 지지자들의 기부금이 뒤를 잇고, 권력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기업들이 광고와 구독신청으로 성의를 표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이미 언론으로서의 책무를 포기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차라리 이 기금을 신문업계 전체의 발전을 위한 ‘신문유통원 설립’기금으로 냈으면, 더욱 좋았다는 판단이다.
한겨레 역시 기금을 정중하게 거부하면서 마이너 신문의 소망인 공동배달제 실현을 위해 ‘신문유통원 설립’ 쪽으로 기금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그러나 아직도 늦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아직 참여의사만 밝혔을 뿐 실제로 기금을 납부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노 대통령이 기금을 납부할 때에 한겨레가 이를 신문업계 발전의 주춧돌이 될 ‘유통원설립’ 쪽으로 유도할 수도 있는 일 아니겠는가.
모쪼록 노 대통령과 한겨레의 현명한 처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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