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의 ‘노동자’ 논란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7-05 20:58:32

{ILINK:1} 이른바 ‘집창촌’이라고 불리는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이 지난 29일 ‘성노동자’임을 선언하고 나섰다.
심지어 전국성노동자연대 한터여성종사자연맹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앞에서 성매매 집결지 여성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공식 출범식을 열고, 이날을 ‘성노동자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성노동자들도 엄연한 노동자이고 비정규직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단속과 오명, 낙인으로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성매매집결지 업주가 자본을 투여하고, 여기에 노동이 제공됨에 따라 양자 간 노사로서의 관계가 성립한다는 이들의 주장이 전적으로 틀린 것만은 아니다.

더구나 성매매특별법이 오히려 음성적인 성매매를 부추김에 따라 법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마당이다.
하지만 그런 정황만으로 ‘성매매’의 모든 것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성매매특별법이라는 잣대로 본다면, 이들은 분명히 법을 위반한 범죄자에 해당한다.
물론 현행 노동조합관계법은 불법행위자의 노조설립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을 노동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치판단의 문제를 고려할 때에, 그것을 ‘노동’이라고 규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무리가 따른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여성의 성은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지 않는가.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은 이른바 ‘포주’로 불리는 사용자와의 고용관계를 고려할 때에 정상적이든 비정상적이든 종속관계가 성립되고 있다.
즉 이들의 관계는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있지 않은 특수고용직과 유사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런 현실을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가. 분명한 것은 성매매를 하면서 생활하는 여성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일정한 영업장소와 주거를 제공하는 업주가 없다면 결국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이 음성적인 성매매로 이동하고, 결국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성매매 여성의 ‘노동자’ 논란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여성계 및 노동계가 함께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게 어떨까?
이를 공론화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공청회나 세미나를 여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여성계마저 이 문제를 둘러싸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지난 4일 ‘세계여성행진’의 한국 행사가 두 단체로 나뉘어 따로 진행됐겠는가.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에라도 이 땅에서 약자(여성이든 남성이든)가 성 차이로 인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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