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 신설에 대해

김 명 자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5-07-10 20:56:03

{ILINK:1} 급변하는 동북아 안보·전략 환경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은 동맹의 발전, 그리고 국방개혁 추진과 함께 현재의 병력중심 군을 기술국방으로 전환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21세기 첨단정예군으로 거듭나는 데 있어 기존의 방위산업 관련 체계의 효율화·전문화는 국방개혁의 핵심 가운데 하나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방 획득 시스템의 투명성·전문성을 높이는 일은 군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정예 과학군 양성과 무기체계 체질 개선의 물적 기반을 다지는 기초이기 때문이다.

그간 국방획득사업은 그 속성과도 무관치 않지만 베일에 가려진 채였고, 부패와 비리 연루로 국민에게는 부정적 이미지로 얼룩졌다. 이러한 결과는 일면 개인의 도덕성 차원보다는 비리가 개입될 소지가 큰 획득체계 구조상의 취약성에 기인하고 있었다. 이에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국방 분야에서는 특히 획득업무 개선이 개혁의 중점과제로 제시되고 있었으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여정부 들어 1년여 동안 체계적으로 지속된 논의를 거치면서, 방위사업청 신설이라는 대안이 마련되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구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의가 제기되지 않는 상황으로 정리가 되는 듯 했다. 청 신설의 목적이 국가 방위사업의 효율성과 책임성,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합리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확보하는 등의 선진화로 요약되는 것이기 때문에 총론적으로 반대논리를 내어놓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방위사업체계 정비의 목적은 무엇인가?

첫째 무기체계 도입 업무의 효율성과 책임성 제고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획득 업무 체계는 과도하게 분산 중복되어 ‘관리의 사각지대’로 인식되다시피 했고, 부패와 비리의 단초가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위사업청 신설로 획득업무의 과다한 절차상의 복잡성이 제거되는 것은 큰 성과로서, 청 신설 이후 획득사업 처리과정이 심의회 3회, 결재 9단계 정도 등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획득담당 기관별로 권한이 분산됨으로써 획득업무에서 필수적인 ‘견제와 균형’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현 체제의 취약성으로 지적된다. 이들 취약성으로 인해 비리 개입 개연성과 사업기간 장기화, 그에 따른 원가 상승 등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 이제 국방 선진화를 위해서는 이러한 비효율성과 책임소재 분산 등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둘째, 방위사업청 신설은 획득사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지름길이 되리라 기대할 수 있다.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게 규정되는 사업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의사결정 과정에서 음성적인 개입이 불가능하도록 정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국회, 민간전문가, 감사부서 등 내외부의 실질적 감시와 견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투명한 조직으로 정비된다면, 우리 군도 획득 관련 유혹과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본연의 임무에 더욱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합리적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과 전문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방위사업청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의 획득사업 결정 과정에서는 자군 이기주의의 개입으로 통합전력 중심의 군사력 건설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그리고 최소 5~10년을 기본단위로 하는 방위사업의 특성상 전문가를 양성, 활용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과제이나 현 체제로는 적정 전문교육과 보직관리에 의해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전문성을 축적할 수 없는 인력구조가 되다보니 해외 전문인력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가 어렵고 결국 값비싼 무기체계 구매로 이어져서 국민의 세금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빚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2004년 3월부터 총리실 산하에 국방획득제도개선위원회를 설치하여 부처간 협의 등 산고 끝에 방위사업청 개청이라는 개선안을 내어놓게 되었다. 일부에서 졸속이라는 비판도 있으나, 지난 정부를 두루 거치며 논의된 것까지 고려하면 졸속이라고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동안 정부로서는 여론수렴과 홍보에도 나름대로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방 분야도 더 이상 엘리트주의로 소수 전문가에 의해서 가려진 상태로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음을 인정한다면 남은 기간 동안 정확한 정보 공유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방위사업청 신설에 대해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았던 것은 이 과제가 그만큼 난제라는 것을 반증한다. 한편 그런 비판은 이 제도 도입을 더욱 신중하게 가다듬는 역할을 한 측면이 있다. 비판의 핵심적 내용을 살피면, ‘청 신설이 국방부를 반쪽 내는 것 아닌가’ 하는 주장을 들 수 있다. 또한 군과 국방부 장관의 핵심 관장사항을 전문성이 없는 민간 중심의 기구로 독립시키는 것이 타당치 않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외청 설립의 취지와 내용을 살펴보면 획득업무의 정책결정과 집행추진 체계를 분리시켜 투명성, 전문성, 효율성을 보장하고, 획득정책 결정과 추진체계 사이의 연계성과 견제 균형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런 짜임새라면 오히려 국방부 업무 라인에서 부정·비리에 휘말릴 수 있는 소지를 구조적으로 제거시켜 자유롭게 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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