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겨라!
박진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5-07-13 21:09:26
{ILINK:1} 지난 한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때문에 혼란스러웠습니다. ‘좋은 뉴스, 나쁜 뉴스’로 부동산시장과 교육계를 흔들었고, ‘야당과의 연정’ 제의로 국민이 선택한 여소야대를 거부하려는 자세를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정국이 불안하고, 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지는데도 정작 노 대통령은 그러한 상황을 즐기는(?) 듯했습니다. 정부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린 후 사회의 갈등구조를 심화시켜 정치적 의도를 관철시키는 ‘편 가르기’ 정치를 재개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비중 강화’를 대통령이 ‘나쁜 뉴스’로 꼽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서울대가 ‘통합교과형 논술시험’을 발표한 것은 정부가 작년 10월에 발표한 2008년 대학입시안에 대한 자구책의 성격이 강합니다. 암기 위주 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학생들에 대한 변별력을 갖추기 위한 것입니다.
이미 정부가 변별력이 떨어지는 새로운 대학입시안을 발표했을 때 일선 학교에선 대학들이 결국 본고사형 논술을 도입할 것이라는 예측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를 예측하지 못하고 적절한 대비를 하지 않은 것은 정부의 잘못입니다. 결국 정부는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는커녕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학에게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 교육정책의 가장 큰 잘못은 교육시장을 교육주체의 자율이 아니라 국가주도로 억지로 통제하려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서울대 사태에서 알 수 있는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대학 고유의 권리입니다. 입시제도는 정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대학의 특성에 맞는 우수한 학생 선발권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고집하면서 그 책임을 대학에게 지우는 것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입니다.
정부가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시대의 우수 인재 양성’이라는 세계적 추세를 외면한 채 하향평준화를 지향하는 국가주의 교육을 고집하는 한, 그리고 국가가 모든 교육 과정에 개입해 개인의 창의성과 교육의 자율성을 방해하는 한, 우리의 교육은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서울대를 탓할 때가 아니라 대학에게 학생선발의 권한과 인재양성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통제를 풀어야 할 때입니다. 공교육을 붕괴시킨 잘못된 평준화 교육 정책을 기득권 타파라는 명분으로 대학교육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무책임하며 위험한 발상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통령의 ‘나쁜 뉴스’ 한마디에 청와대와 여당은 서로 경쟁하듯 서울대를 무차별 공격하고 나선 것입니다.
서울대 안이 발표됐을 당시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서울대 안을 들여다보니 다양한 전형으로 뽑던데 좋더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시민단체가 서울대의 안을 본고사의 부활로 몰아가기 시작했고, 노 대통령이 이를 ‘나쁜 뉴스’라고 언급하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백년대계를 바라보아야 할 정부 정책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180도 바뀐다면 그것은 이미 국민을 위한 국가정책이 아닙니다. 대통령의 뜻대로 정략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정책을 국민들이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겠습니까?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서울대 때리기’를 시작한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정치적 의도가 엿보입니다.
교육정책 실패 주범은 결코 서울대가 아닙니다. 정부의 잘못된 하향평준화 정책에 있습니다. 모든 책임은 노무현 정부 자신에게 있으며, 대통령은 그 중심에 있습니다.
민주주의 핵심은 국민에게 책임지는 정부에 있습니다.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는 그 자격을 의심받아 마땅합니다.
지금 국민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문제 전반에 대해 전면 재논의해보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평준화 지상주의 교육정책의 재검토는 본고사, 기여 입학, 고교등급제를 금지하는 소위 3불정책의 재검토에서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데 언제까지 3불정책을 고집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한번에 3가지 규제 모두를 없애는 것은 어렵겠지만 자율성과 창의성 보장,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3불정책은 재검토돼야 마땅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서울대를 탓하기 전에 왜 우리 교육이 위기에 빠져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합니다. 자율성과 창의성, 다양성과 차별성을 무시한 평준화 지상주의 정책이 오늘날 세계 100대 대학 하나 배출하지 못한 교육 현실을 만든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진정 노 대통령이 정권이 아닌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평준화로 대변되는 현재의 교육정책을 이번 기회에 전면 재검토 해야 마땅합니다. 교육만큼은 정치적 의도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자율성이 보장돼야 합니다. 교육은 정권의 미래가 아닌, 우리 아들딸들의 인생, 국가의 내일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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