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의 백미

임종석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5-07-13 21:14:37

“북한이 핵 포기를 약속하면 전력을 직접 공급하겠다”는 전격 제안은 파격적이고도 시기적절한 것으로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의 백미라 할만하다.

중대제안은 북한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이자, 경수로사업 중단에서도 드러나듯 미국이 더 이상 얽매이고 싶지 않은 주제이기도 한 ‘에너지문제’를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묘책이다.
사실 그동안 참여정부의 대북, 대외정책은 몇 가지 점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에게 있어 핵 포기는 그들의 요구가 관철되고 난 후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인데 반해, 미국은 모든 대북 유화정책의 전제조건으로 핵 포기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대립의 당사자가 아닌 한국이 선택할 수단은 거의 없었다.

남북관계와 한미동맹은 시시때때로 충돌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표류하고 있는 듯 했고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정세에서 한국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듯 했다.

그런데 한 가지 길이 있었다. 한미관계의 굳건한 신뢰를 전제로 획기적인 대북경제지원이라는 지렛대를 제시함으로써 표류하던 북핵문제를 수렁에서 건져 올리는 것이다.

‘남한전력 200만KW를 북한에 직접 송전하겠다’는 전격발표가 그것이다.

협상전략에 있어서 남북관계와 한미관계는 절대적으로 상호의존한다. 즉 대북 협상력은 한미 핫라인에서 나오고, 대미협상력은 대북 핫라인에서 나온다.
핫라인과 신뢰관계는 가장 강력한 협상력이다.

핵 포기를 전제로 한 대북 중대제안으로 대북 핫라인이 구축되고 신뢰관계가 굳건해 진다면 이는 한국의 대미협상력으로 직결될 것이며, 이를 통해 형성된 자주적인 대미협상력은 곧바로 대북 영향력의 증대로 이어지는 신뢰와 협상의 선순환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때맞춰 방한한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중대제안에 대해 창의적이고 유익한 제안이라고 긍정평가하며 기대를 표명한 것이 이를 잘 증명한다.

남은 과제는 중대제안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 국회의 협력을 득하는 일이다.
전력지원은 2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문제이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교류협력-평화공존-통일번영’의 단계를 거쳐 웅비해야 할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南이 北을 위해 기꺼이 지불해야 할 통일비용이자 先투자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통일을 이루기까지 서독이 동독에 지원한 금액은 73년부터 90년까지만도 연평균 32억달러, 총 574억달러(58조원)이고 통일 이후 2004년까지 15년 동안 동독경제 재건비용은 1조 5000억유로(2100조원)임을 생각할 때, 한국의 북한경제 지원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先투자적 성격의 대북지원으로 통일비용을 최소화하되 효과는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현실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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