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의 민생정치를 배워라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7-14 20:36:56

{ILINK:1} 여야 각 정당은 최근 들어 부쩍 ‘민생(民生)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아마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서민들의 생활이 점차 궁핍한 상황으로 내몰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민생정치의 실상이라는 게 참으로 가관이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는 최근 의원들의 여름방학 계획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여름방학을 반납하고 민생활동에 나설 것”이라며 민생정치에 주력할 것을 강조했다.

실제로 열린우리당은 지난 6일 민생정치를 위한 ‘뉴스타트’ 선포식을 가졌고, 13일과 14일에는 뉴스타트 부산민생투어팀이 부산을 방문해 청년실업 해소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말이 방안 모색이지 고작 한다는 게 13일 오후 부산교육청에서 실업계 고교 취업 담당교사 20여명과 간담회를 가진 게 전부다.

다음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오전 부산진구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여성취업 지원기관 담당자들과의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사실상 부산의 민생정치는 막을 내렸다.

그렇다면 일지감치 민생정치를 강조한 한나라당은 어떠한가. 한나라당 역시 부산에서 13일 '가족 업그레이드 비전' 정책설명회를, 14일에는 교육선진화 대 토론회를 연 게 고작이다. 열린우리당이 간담회를 민생정치라고 했다면, 한나라당은 설명회와 토론회를 ‘민생정치’로 알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민생정치는 그런 게 아니다.“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를 만들자.” “병 때문이 아니라 병원비 때문에 죽어야 하는 세상을 대물림하지 말자.”이는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이 13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공공보육·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서울지역 선포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천명하면서 한 말이다.

사실 민노당의 민생정치는 기존정당의 그것처럼 구호성에 그치지 않고 아주 구체적이다.
이를 테면 서울시당의 경우 시민들과 함께 보육시설까지 우리농산물을 사용하도록 하는 학교급식조례를 만드는가 하면, 보건분소 등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요구하는 등등 직접 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

비록 학교급식조례의 경우 행자부가 대법원에 제소함에 따라 아동의 인권과 건강, 안전을 위한 민노당의 노력이 방해를 받고 있으나, 시민들은 민노당에 박수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이른바 ‘꿀꿀이 죽’사건으로 지탄을 받은 강북구 모 어린이집과 관련, 강북구에 보육조례가 있지만 형식적이라 대폭 개정하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이같은 민노당의 실천이 비록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의 구호처럼 거창하지는 않지만, 민생정치란 바로 이런 것이다.

간담회니 설명회니 토론회니 하는 것을 몇 천 번 가져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주 작은 것 하나 실천하지 못하는 민생정치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최소한 ‘민생정치’에 있어서만큼은 민노당에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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