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키입찰은 '복마전'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8-04 20:54:17
{ILINK:1} 설계부터 시공까지 한꺼번에 맡는 턴키베이스 방식(일괄수주방식)의 대형공사 입찰은 그야말로 복마전이다.
그런데도 대형건설업체들은 담합과 로비가 가능한 턴키입찰을 선호하고 있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현대건설출신의 이명박 서울시장도 이를 선호, 굵직굵직한 시책사업의 대부분을 턴키입찰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명박 시장 취임 이후 최초 역점사업인 청계천복원공사에 대해 턴키입찰을 실시, 제3공구를 이 시장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현대건설 측에 맡겼다.
그러나 당시 턴키입찰과정에서 심사위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현대건설 모 상무가 입건되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데도 시는 여전히 턴키입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시는 최근 임대주택을 건설하면서 1000가구 이상 규모의 단지에 대해서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과정을 턴키방식으로 일괄 발주하기로 했다.
한강 노들섬(중지도)에 세워질 오페라하우스에 대해서도 오는 9월 턴키입찰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시의 뉴타운 지역 중 가장 빠르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은평 뉴타운은 이미 턴키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부산시가 가급적 턴키입찰을 지양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턴키공사의 기술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모든 교수들에게 각종 연구용역을 빙자한 전방위적 로비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회사는 턴키입찰 일정이 잡히면 관련 분야 전문가를 담당한 과장급 이상 직원에게 1인당 500만~1000만원을 줘 로비에 나선다는 소리가 들린다.
오죽하면 건설회사 간부들이 해당 교수의 교내 실적을 올려주고, 인맥 형성을 위해 소속 대학의 특수대학원에 진학하는 일까지 공공연하게 벌어지겠는가.
실제로 지난 99년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14개 대학 교수 46명이 턴키입찰 참여 업체들로부터 600만~5000여만원과 향응 대접 등을 받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관계공무원에 대한 로비도 비슷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서울시처럼 발주기관의 공무원들이 지속적으로 턴키공사를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런 로비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부패 고리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라도 설계심의 교수들과 발주기관 공무원들에 대한 전면수사가 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로비의 핵심인 대형건설업체와 설계용역업체에 대해서는 지금 즉시 수사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민의 세금으로 대형건설업체들의 배만 불려주는 턴키공사는 즉각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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