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보도 족벌언론의 변덕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8-17 19:57:49

{ILINK:1}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지난달 21일 삼성의 불법정치자금 전달 의혹이 담긴 테이프가 공개되자 일제히 테이프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들 족벌언론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최근 이 같은 입장을 번복, 테이프내용 공개 불가로 돌아서고 말았다.

실제로 이들은 정·경·언 유착이라는 불법 행위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단순한 ‘호기심’ 정도로 일축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사람들의 호기심이나 관심이 곧 국민의 알권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들 족벌언론의 주장이다.

심지어 이들 언론은 여야가 각각 발의한 특별법과 특검법의 테이프 공개에 대해 ‘무차별 사생활 침해’로 규정하면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특별법과 특검법은 개인의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고, 정경유착 같은 공익과 관련된 부분만을 선별해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긋지긋한 정경유착을 뿌리 뽑고, 국가기관에 의해 저질러진 파렴치한 범죄행위를 만천하에 드러내어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단순한 호기심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국민은 테이프의 공개를 통해 그 속에 담긴 불법행위 등에 대해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 족벌언론이 이것을 ‘호기심’이라고 폄하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이들 족벌언론이 ‘X파일’ 공개 요구를 마치 단순한 호기심이나 사생활을 포함한 ‘무차별한’ 공개처럼 보도하며 본질을 호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한국에서 가장 막강한 재벌그룹의 회장이 유력 언론사 사주를 심부름꾼 삼아 정치권에 불법적 뇌물을 제공하는 등 정경언이 유착한 때문일 것이다.


물론 드러난 것은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이지만, 조선과 동아가 관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조중동이 이처럼 변덕을 부릴 까닭이 없지 않는가.

사실 필자는 족벌언론이 변덕을 부리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다. 그런 모습을 한두 번 보아 온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검찰이 불법도청 및 도청 테이프의 유출과정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수사하면서도 정작 삼성의 불법뇌물공여 사건에 대해서는 비판 여론에 떠밀려 겨우 수사하는 시늉만 내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다 족벌언론이 만들어낸 여론, 본질을 호도하는 왜곡된 여론에 떠밀려 ‘X파일’ 공개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으로 선거에서의 민의를 왜곡하고, 정치권과 관료, 검찰을 매수해 법질서를 농단한 삼성 이건희 회장 등의 불법행위를 법의 심판대에 올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의가 아니다.
우리 국민은 어느 언론이 ‘비정의’를 ‘정의’라고 왜곡하는지, 이제부터라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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