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장, 뭐가 그리 바빠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8-24 19:50:22

{ILINK:1} “바쁘다.바빠!”
우리나라 사람들이 늘 버릇처럼 입에 달고 사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에서도 계단처럼 오르내려야 직성이 풀릴 만큼 매사가 분주하다. 거리에서도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며 걷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모두가 잰 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지금은 시간이 경쟁력인 인터넷시대다. 따라서 이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은 결코 탓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권장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항상 최상은 아니다.

그런데 이명박 서울시장은 ‘시간이 곧 경쟁력’이라는 이론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선 서울시는 광통교를 복원하고 지난 23일 준공행사를 화려하게 치렀으나, 청계천 복원 중 가장 최악의 복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광통교 발견 당시 시민일보는 광통교 석재유구들을 그대로 보존해야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기어이 150m 상류로 이전하고 말았다.
발견된 당시의 모습 그대로 두고 교통여건이나 복원기술, 사회적 합의가 성숙한 뒤에 복원을 해도 늦지 않다는 우리의 주장을 무시하고, 시간이 없다는 논리에만 치중한 것이다.
이 시장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역사나 문화재가 아니라 오직 시간인 것 같다.

사실 이 시장이 이처럼 무언가에 쫓기듯 급하게 서두르는 행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말이 좋아서 복원이지, 실상은 ‘청계천 조경’으로 끝난 것도 이 시장의 조급함에서 기인한 것이다.

실제로 지금의 청계천은 청계천 상류의 지천으로부터 물이 흘러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한강 하류에 있는 물과 지하철 역사에 나오는 지하수를 전기로 끌어다 청계천에 물을 대는 인공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마디로 청계천에 거대한 조경시설을 한 것이다. 결과는 어떠한가.

공사가 완공되면 청계천에는 하루 평균 12만톤의 물이 흐르게 되는데, 이 중 9만8000톤은 한강변 자양 취수장에서 취수한 물로 청계천을 따라 매설된 관로를 통해 올라오게 된다. 이 때 들어가는 물 값이 자그마치 연간 17억1400만원이나 된다.

여기에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연간 8억7000만원 가량의 순수 전기료가 든다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있다. 조경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실로 엄청나다.
그렇다고 물을 끌어오지 않을 수도, 전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다. 전기가 단 하루만 끊겨도 청계천은 썩은 도랑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 시장이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인왕산 백운동천과 북악산 중학천 같은 청계천 상류의 지천을 덮고 있는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이들 지천과 연결하는 작업을 했다면 이런 결과가 초래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명박 시장은 대권을 위해서라도, 현대건설 사장으로 몸에 익은 서두르는 습성을 버려야 할 것이다. 건설은 시간이 돈이겠지만, 정치는 시간보다 중요한 것이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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