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강태희씨의 경우...

국회의원 정화원

시민일보

| 2005-08-28 19:03:08

{ILINK:1} 재외국민 보호책 획기적으로 강구하라.
故강태희씨는 영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영국인과 결혼한 영국 시민권자였다.
그녀의 죽음과 살인자인 남편의 처벌이 1년이 지난 지금 국내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어학원을 운영하며 알뜰하게 살던 그녀를 부부싸움 도중 남편 달튼이 살해하고 시체를 아홉 토막 내 냉장고에 넣어둔 채 일본으로 달아났다.
영국검찰은 그를 ‘1급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이는 너무나 당연해 보였다.
‘턱뼈가 부러져 출혈로 숨질 정도로 심하게 가격했고, 아내가 숨진 후에도 응급조치를 취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시체를 토막 내고 달아난 것은 고의성 있는 살인’이라는 것이 영국 경찰과 검찰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배심원제를 택하고 있는 영국의 재판제도 하에서 배심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증인과 증거가 채택되지 못해 강씨의 입장은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거기다가 자신은 수년간 아내의 폭언에 시달려 오다가 부부싸움 중 우발적으로 강씨를 때려 숨지게 했다는 달튼의 증언이 배심원들에게 받아들여졌다.
결국 달튼은 과실치사에 해당하는 ‘2급살인’의 평결을 받아 5년형이 선고되었다.
벌써 1년이 지났고 형기의 반만 채우면 석방되는 영국의 현행제도라면 내년이면 출소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을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토막까지 낸 1급 살인자가 2년 반의 징역으로 끝나다니?
‘연쇄 살인범 유 아무개가 영국에서 범죄를 저질렀어도.....’하는 쓸데없는 상상을 하게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신사의 나라라고 불리는 영국에서 있을 수 있는지 기가 막힐 뿐이다.
영국 시민권자이지만 故강태희씨는 엄연한 한국인이다.
한국 사람이 영국 땅에서 비참하게 죽었는데, 범인은 얼마 안 있어 머리를 쳐들고 활보하다니... 정말 피가 거꾸로 솟는다.
하지만 조금만 냉정히 들여다보면 우리와 다른 영국의 법제도와 정서의 차이에서 비롯된 일임을 알 수 있다.

몇 번의 부부싸움 끝에 한국에 있는 강씨의 여동생은 화해를 위해 “형부가 좀 참아라. (악착같이 살려는) 언니 성격 잘 알지 않느냐”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는데 재판과정에서 강씨는 남편을 못살게 군 악처였음을 증명하는데 사용되었고, 수사경찰과 검찰이 위로 차 강씨의 부모를 방문했을 때 (강씨와 달튼 사이의 어린 손녀딸을 위해서라도) 엄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표명이 처벌완화의 근거로 사용된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와 정서 및 제도가 한참 다른 영국 사회를 제대로 알고 대응하지 못한 탓이 큰 것이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나는 우선 현지 대사관의 대응을 지적하고 싶다.
인터뷰에 응한 대사관 직원의 말은 대사관의 존재의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故강태희씨의 경우 영국 시민권자이고 가정사에 관한 것이므로 대사관에서 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

일면 타당한 말 같기도 하다.
하지만 영국에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연이어 살인과 폭력이 가해지는 장면에서는 심각해지지 않을 수 없다.
한 유학생이 이유 없이 자전거를 탄 영국 소년들에게 욕설을 듣고 이에 항의하다 망치로 머리를 맞아도 다음날 피의자가 풀려나는 나라가 영국이라면 몇 만 명의 우리교민들은 모두 철수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분위기라면 적극적으로 영국 정부에 항의하여 엄격한 법적용을 촉구하여 우리 교민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영국 사회의 독특한 법적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라면 이를 교민사회에 전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현지 대사관의 역할이라고 본다.
이런 문제들은 어제 오늘에 제기되지 않았다. 故김선일씨의 안타까운 희생 후, 올 초에 재외교민 보호책을 강화하기 위해 한나라당의 이성권 의원이 재외국민보호법 개정안을 내어 놓았다.
하지만 아직 법안은 처리되지 않았고 어떠한 재외국민 보호대책도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를 한없이 부끄럽게 했고 그 충격이 아직 가시지도 않은 故김선일씨의 죽음 상황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 우리의 현실이 너무나 부끄럽다.
지금이라도 대한민국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의 해결 방도를 적극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제도화해야 한다.

그것이 지하에서 눈을 감지 못하고 있을 故강태희씨의 원혼을 달래는 길이다.
또한 지구상 어디서건 단 한 명의 자국민이라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첫째가는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우리국민과 재외동포들의 뜨거운 애국심은 어디서 생기는가?
우리 정부가 눈을 크게 떠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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