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제안 고민해 보자

김 성 곤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5-09-04 19:59:47

{ILINK:1} ‘연정’문제로 정치권이 소란스럽다.

대통령이 처음 연정 이야기를 꺼냈을 때 필자는 ‘오죽하면 그런 생각을 할까’ 하고 대단치 않게 생각하였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지도 않을 일을 자꾸 무리하게 제안을 하는 것 같아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30일 청와대에서 가진 여당의원들과의 만찬장에서 필자는 대통령의 연정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하고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필자는 소위 말하는 대통령 직계도 아니고 당 지도부도 아니다. 다만 대통령의 ‘진정성’을 함께 고민하고 싶을 뿐이다.

30일 저녁, 분명 노무현 대통령은 ‘정략적’ 계산에서 연정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지역구도 타파를 말하지만 속셈은 다른데 두고 야당을 끌어들이기 위해 통박을 굴리는 것은 분명 아니었다.

그의 과거 정치 역정에서 보면 그는 명분을 위해 무모하게 실리(實利)를 포기하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전라도 앞잡이 소리를 들으며 영남에서 민주당 간판을 갖고 부산 시장 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용감히(?) 낙선한 것이 좋은 예들이다.

이번의 도전도 그러한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 사실 그의 대통령 출마 명분 중 가장 큰 것이 국민 통합 아니었나? 그는 이것을 이루고 대통령을 그만두고 싶은 것이다.

‘연정론’에 대한 혼란은 ‘연정’에 대한 개념 때문에 생긴 것 같다.
대체로 연정은 내각제를 하는 나라에서 한 정당이 과반을 이루지 못할 때 비슷한 이념의 정당끼리 과반을 이루어 정부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소위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에서의 문제점은 첫째 우리는 내각제가 아니고 대통령제 국가라는 것이고, 둘째 이념적 색채가 전혀 다른 정당과 연대한다는데 거부감이 있고 셋째, 두 당이 합하면 270석이나 되니 일당 독재가 되어 의회민주주의가 가능하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한번 되는 쪽으로 풀어보자. 첫째, 우리의 권력구조는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지만 여야간의 관계가 극히 배타적이라 (우리 정치에는 타협의 문화가 없다!) 국회에서 과반을 확실히 점하지 못하면 국정 운영이 극히 어렵고 대통령도 힘을 못 쓴다.

따라서 대통령제이면서도 내각제적 요소를 함께 갖고 있는 나라이기에 ‘연정’을 통해서 안정된 의석을 확보하고 정권의 안정을 꾀하려는 것이다. 어설프기는 했지만 DJ와 JP의 연립정부가 그런 형태의 하나였다.

둘째, 한나라당은 보수정당이요 열린우리당은 진보정당으로서 이념적 색채가 극히 다르다고 하는데 사실 두 당의 이념 차이는 지역의 차이보다는 작다.

내용적으로는 한나라당은 ‘신라당’이고 우리당은 ‘백제당’인데 진보와 보수의 칼라로 덮여있을 뿐 두 정당의 실제 정강 정책을 보면 80% 이상이 대동소이하다.

여야로 갈라져 있으니 그 차이가 크게 보일 뿐이다.
대통령이 연정의 대상을 민노당을 택하지 않고 한나라당을 택한 것은 ‘겉’의 차이인 이념보다는 ‘속’의 차이인 지역을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본다.

셋째, 두 당이 합하면 270석이 되어 일당 독재가 되기 쉽다고 하나 두 당이 합당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 안 맞으면 얼마든지 갈라설 수가 있다. 사실 지금 국회는 우리당과 한나라당 두 당이 주도하고 있다.

두 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법안 하나 통과하기가 어렵다. 지금도 국회내에서는 국정의 주(主) 파트너인 셈이며 여러 법안을 통과시킬 때 마다 수시로 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연정은 ‘합당’보다는 약한 개념이고 (수시로 하는 두 당의 국회운영 및 법안에 대한) ‘합의’보다는 강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정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거국 내각’이라는 표현을 썼다면 혼란이 적었을지도 모르겠다.

과거 우리 정치가 위기에 처했을 때 마다 야당은 거국 내각을 주장하지 않았나? 사실 지금 우리의 정치, 경제 상황도 위기가 아니라고 할 수가 없다.

이 위기를 타개해 나가기 위해 대통령 스스로가 거국 내각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권력자들은 무리한 방법을 써가며 대통령의 임기를 연장하려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한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마음을 비우고 우리 정치의 고질병을 고쳐보겠다고 하는데 국민과 정치권이 힘을 보태야하지 않겠는가? 문제는 총론보다는 각론에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의 뜻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없는지, 한나라당도 협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시큰둥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함께 고민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손바닥만한 나라에서 남북이 갈라져있는 것도 억울한데 언제까지 동서로 나누어 대립할 것인가?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되는 쪽으로 한번 지혜를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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