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데 걸어야지”
국회의원 김문수
시민일보
| 2005-09-07 19:16:38
{ILINK:1} 노무현 대통령이 또 대통령자리를 걸었다.
지역구도를 해소하는데 대통령자리까지 내놓겠단다.
현재의 소선거구제를 바꿔야 지역감정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한다.
헌법을 고쳐야 개혁이 완수되고, 선진정치를 실현할 수 있단다.
지난번에는 수도이전에 정권의 명운을 걸었다가, 위헌판결을 받았다.
다시 수도분할이전법을 통과시켜, 이제 헌법재판소 위헌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선거구제 변경’과 ‘개헌’이 대통령자리까지 걸어야 할 최우선 국정과제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최우선 국가과제는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4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세계 4대 강대국에 둘러싸인 작은 나라이다.
열강의 식민지라는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다.
작지만 강한 나라가 우리가 나아갈 길이며, 이것이 바로 선진화다.
선진화를 위해서는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
국력 집중을 위해서는 현행 대통령중심제가 내각제나 이원정부제보다 낫다.
내각제는 유연하고, 타협적이지만, 불안정하고, 분산적이다. 따라서, 내각제를 하는 나라는 영국, 일본, 유럽 여러 나라처럼 왕이 상징적 구심으로 존재하거나, 독일, 프랑스처럼 대통령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까지는 대통령제도가 더 유지되어야 한다.
국민을 통합하여 선진국으로 진입시킬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중요 국가과제는 또한 ‘남북통일’이다.
통일은 그저 오지 않는다. 북한이 얼마나 가난한 상태인지 알면 알수록, 우리는 더 열심히 더 힘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야 한다.
북한에 200만kw 전기를 보내고, 쌀 몇 십만 톤 지원하는 정도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통일 이후 적어도 20년 이상 국력을 집중해야 하는 그 때까지 대통령제가 적합한 권력구조라고 생각한다.
선진국 진입과 통일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대통령의 과제는 지속적 경제성장이다.
중국 보다 낮은 성장을 20년 동안 계속해버리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을 것이다. 선진국도 없고, 복지도 없어질 것이다.
대통령제는 우리나라에서 1948년 정부수립 이후 50년 이상 실시하여, 국민들이 익숙하고 제도도 잘 정비되어 있다고 본다.
다시 내각제나 이원정부제로 바꿔야 할 어떤 당위성도 나는 수긍하기 어렵다.
우리국민은 대통령제의 폐단에 맞서, 오랜 세월동안 민주화투쟁을 해왔다.
대통령중심제의 폐해를 최소화 하는 것은 권력의 분립이다.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권력분립기관을 더욱 내실화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탄핵 이후 국민들이 국회 과반의석을 줬을 때에는 무슨 일을 하다가, 이제는 여소야대라 못해먹겠다고 하나?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할 때는 찬송가를 부르더니, 수도이전법을 위헌판결하니까 온갖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대통령은 총리실과 중앙부처 건물을 공주·연기로 옮기고, 176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 지방균형발전이라고 밀어 붙이고 있지만, 대통령이 가진 인사권, 예산권, 인허가권 등 권력은 지방에 나누어 주지 않고 있다.
지역구도 해소라는 명분을 내걸고, 대통령이 자리를 내놓으면서 지금 개헌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국민으로부터 막강한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절절한 책임감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선진화, 통일, 경제성장, 복지 등 국가 우선과제를 착실히 챙겨나가야 할 때라고 본다.
지역구도 타파도 대통령이 올인 할 국가과제가 아니다.
3김이 흘러간 지금은 지역구도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
호남출신 대통령이 탄생했고, 호남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은 영남출신 대통령도 탄생했다.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는 영남에서 한나라당 후보는 열린우리당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고, 때로는 패배하기도 했다.
지역간 갈등의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과거 정치권이 저지른 잘못과 지역간 불균형, 개발정도의 차이, 문화적 차이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 결과다.
대통령이 진정으로 지역갈등을 해소하려면, 먼저 중앙의 집중 권력을 과감하게 지방에 이양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낙후지역에 경제지원을 확대하고, 인사와 예산 배분에도 지역적 특성과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사회 각층에서 진행되는 지역갈등 해소 노력을 정치권과 정부가 뒷받침 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역구도 타파를 외치면서 선거구제를 뜯어 고치는 것보다 덜 시원해보이고, 느려보일지 모르지만, 이것이 지역구도를 타파하는 정도이다.
선진화, 통일, 외교안보, 경제, 민생, 복지가 연정이나 소선거구제 변경, 개헌 보다 훨씬 더 중요한 국가과제다.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과제가 무엇인지 깨달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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