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부터 월급반납
국회의원 이혜훈
시민일보
| 2005-09-07 19:17:40
경제가 안 좋아서 세금을 더 걷어야 겠다고 한다. 올해만 특별한 얘기가 아니다. 8년째 매년 똑같이 되풀이 되고 있는 얘기다.
정부 여당의 논리인 즉슨 경제가 안 좋아 국민들의 소득이 줄어 세금이 덜 걷혔기 때문에 정부 씀씀이를 유지하려면 국민들이 세금 좀 더 내야겠다는 것이다.
하나하나 따져 보자.
첫째, 왜 세수가 모자라게 되었는가?
두말할 것도 없이 정부가 경제살리기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소득이 많아질수록 세금은 많이 걷힌다. 중국경제가 10%씩 성장하는 것은 개발도상국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세계 제1의 미국경제마저 4%나 성장했는데도, 우리 경제는 세계평균에도 못 미친다는 것은 누가 뭐래도 정부 책임이다.
연초부터 대통령까지 나서 경제 올인 한다고 누차 공언한 만큼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의심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실력부족이다. 내년이라고 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대로라면 내년엔 세금 더 내야 된다는 얘기다.
둘째, 세수가 모자라면 꼭 국민들이 세금을 더 내야만 하나?
정부 씀씀이 좀 줄이면 안되나? 정부의 셈법은 다음엔 경제가 좋아질 거라고 전제하고 그에 맞춰 세금도 많이 걷히는 것으로 잡아놓고 그 세금을 다 쓰는 지출계획을 잡아놓는 것이다.
셋째, 지금 정부 씀씀이를 들여다보면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헛돈 쓰는 일이 많아도 너무 많다.
지난주에 2004년 정부예산을 어떻게 썼는지 심사하는 결산국회가 열렸다. 17대 국회 개원때부터 한나라당이 끈질기게 요구한 성과 중의 성과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소위 국가권력기관인 대통령실, 대통령경호실, 국무총리실 등이 12월 말 2주 동안 수백억이 넘는 헛돈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도 현행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예를 들면 청와대의 잘못된 예산집행 130여 건 중엔 12월31일 하루 만에 화초와 잔디를 6000만원어치나 산 것도 문제인데 더 문제는 화초나 잔디를 살 수 없는 관서운영비로 샀다는 것도 있다. 그것도 그 엄동설한에...
예산이 남았다고 아무데나 헛돈 쓰는 것은 정직한 정부, 책임 있는 정부의 모습은 아니다.
지금 국민들이 간절히 듣고 싶은 얘기는 경제가 어려우니 정부가 불법적 예산낭비나 계속할 수 있게 국민들이 세금 좀 더 내라는 것이 아니다.
헛돈을 쓴 대통령실부터 대통령실 책임자인 대통령부터 책임과 잘못을 통감하고 월급을 일부나마 반납할테니 국민들도 조금만 더 허리 졸라매고 고통을 함께 이겨내자는 진실한 호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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