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을 따르는 우리당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9-14 19:10:43
{ILINK:1} 모 언론사의 한 후배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필자가 했던 말을 노회찬 의원이 한 강연회에서 똑같이 언급했다는 전화였다. 후배의 말인즉 노 의원은 13일 민주노동당 이화여자대학교 학생위원회가 주최한 강연회에 참석, “한나라당 오른쪽엔 절벽이 있고, 절벽 밑엔 자민련이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는 것.
필자는 언젠가 그 후배에게 “한나라당이 절벽 끝에 서 있으며, 자민련은 그보다 한걸음 앞서 나갔다”는 우스개 소리를 한 바 있다.
아울러 “역사의 시계바늘은 항상 우에서 좌로 돌아가게 돼 있다”는 말도 했었다.
지난 17대 총선 이전만해도 원내의석을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던 민주노동당이 오늘날 당당하게 원내 3당의 위치를 고수하는 것을 보면, 필자의 관측은 상당부문 들어맞은 것 같다.
특히 민노당 소속 노 의원은 시민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변호사를 제치고 차기 서울시장감 1위로 선정된 것을 볼 때에 더욱 그렇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벼랑 끝에 서 있던 한나라당이 자민련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주춤거리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변하고 있다.
‘모래시계’ 검사의 실제 주인공인 홍준표 의원은 병역기피를 위해 일부국가의 국적을 취득하는 국적세탁자에 대해 재외동포체류자격을 주지 않는 ‘재외동포의출입국과법적지위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5일 재발의 했다.
또 이혜훈 제4정조위원장은 지난 6월 대부업체의 이자율 상한선을 연 30%로 낮추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채 이자율 한도가 40%인 것에 비할때 가히 파격적인 수치라고 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김양수 의원은 지난 1일 공공과 민간부문 모두 분양원가 공시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송영선 의원은 최근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15년 뒤인 2020년에는 북한이 우리의 주 위협이 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과거 같으면 한나라당 내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이들로 인해 ‘한나라당=반통일 수구세력’이라는 기존의 이미지가 서서히 벗겨지고 있다.
따라서 어쩌면 한나라당은 이제 자민련과 같은 몰락의 길을 걷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럴 경우 필자와 노 의원의 발언은 실언이 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한나라당의 이 같은 변화가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의 변화는 결국 열린우리당에게도 큰 자극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금 벼랑 끝에서 위기를 느끼고, 뒷걸음질(좌) 치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조금 뒤(우)에 서 있는 열린우리당이 앞에 절벽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금처럼 마구 앞(우)으로만 달려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추락한 자민련의 전철을 밟는 것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이 될지도 모른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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