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장의 언론관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9-26 20:22:37
{ILINK:1} 이명박 서울시장은 모든 언론이 자신을 향해 ‘용비어천가’를 불러주기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교통방송에서 이 시장은 대통령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인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은 26일 “올해 1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8시와 오후 6시 뉴스를 분석한 결과 이 시장과 관련한 뉴스는 하루 평균 1.4건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모두 13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8건으로 극히 미미했을 뿐만 아니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손학규 경기도지사, 고 건 전 국무총리와 관련한 뉴스는 아예 전무했다고 한다.
이 정도는 약과다.
심지어 교통방송은 이 시장의 지방대학 특강까지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발언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했는가 하면, 44건의 서울시 관련 보도에 있어서는 단 한 건의 비판보도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이쯤되면 교통방송은 ‘용비어천가’를 부르기 위한 방송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더욱 가관인 것은 교통방송 본부장을 비롯한 간부진들이 매월 3회씩 서울시가 주재하는 홍보정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교통방송 간부들이 사실상 이 시장의 홍보지침을 받아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교통방송은 비록 서울시가 운영의 주체이기는 하나, 분명히 언론이다. 따라서 보도의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 옳다. 앵무새도 아니고 마냥, 용비어천가나 읊조리도록 한다면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시민일보에 대해 이 시장이 “비판언론의 생일을 축하해 줄 수 없다”고 말한 것을 탓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교통방송을 자신의 홍보를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교통방송의 이 같은 보도태도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위반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현행법은 언론의 공정보도 의무를 명시하고 있고, 나아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교통방송 관계자들에게 홍보지침을 내리는 것은 명백한 위법인 셈이다.
물론 이 같은 위법행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교통방송이 최근 설립한 ‘TV서울’은 개국 한달 만인 지난 4월 방송위로부터 “뉴타운·청계천 복원사업 등 시정 홍보내용이 프로그램 다수에 소개되는 등 지방자치단체 역점사업과 관련한 내용이 너무 잦아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도 이를 무시하고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이 시장의 배짱도 보통 배짱은 넘는 것 같다. 하기야 자신을 대통령과 동일시하는 사람이니 무슨 짓을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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