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와 디즈니랜드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9-27 20:33:44

{ILINK:1} 이명박 서울시장은 27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월트디즈니와의 테마파크 유치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며 “세계적인 테마파크를 서울 근교에 건설한다는 계획을 내년 초에 공식으로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계천이 며칠 뒤에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인 시점에 이명박 시장은 또 하나의 거대한 개발계획을 터뜨린 셈이다.

그러나 정작 전성수 서울시청 해외투자부 담당자는 디즈니랜드 건설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들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디즈니가 과천 서울랜드에 테마파크를 설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시와 월트디즈니 사이의 협상이 거의 타결 직전에 이르렀다는 인상을 짙게 풍기는 이 시장의 발언은 무엇인가.

정치적 상품으로서 디즈니랜드의 가치를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그냥 애드벌룬을 한번 띄워보는 것일까?
그러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클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장이 무지해서 협상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고 있는지를 아예 알지 못해서 그런 말을 했을까?
설마하니 그래도 서울시장인데, 그런 것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가 판단하기에 그의 성격 탓이다.

무조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면 되는 줄 아는 성격 탓에 앞뒤 안 가리고 일부터 저질러 놓고 본 것이다. 청계천을 복원한답시고 떠들어대다가 일정에 쫓겨 결국 거대한 인공분수를 만들어 놓은 것도 그의 이런 ‘불도저’성격에서 기인한 바 크다.
사실 디즈니랜드를 조성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 둘이 아니다.

우선 디즈니사는 이달 홍콩에 테마파크를 열었다. 또 5년 후면 상하이에 디즈니랜드가 들어선다고 한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홍콩 디즈니랜드보다 4배나 넓다. 여기에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도쿄 디즈니랜드가 버티고 있다. 서울의 디즈니랜드가 설립된다고 하더라도 샌드위치처럼 홍콩·상하이와 도쿄에 치여 몰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서울 인근에는 이미 에버랜드, 롯데월드, 서울랜드만으로도 충분히 포화상태다.
물론 디즈니랜드를 과천 서울대공원에 유치하겠다는 뜻이라면 서울시민과 과천시민들은 물론 정부 관계당국과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이런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이에 대한 검토 없이 오직 밀어붙이면 된다는 ‘불도저식’ 발상으로 내뱉은 말이라면 정말 큰일 아닌가.

그저 개발업자의 안목에서는 디즈니랜드를 건설하는 것이 타당할지 모른다. 그러나 서울시장의 안목으로 바라보자면, 환경, 교통, 문화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너무나 많다. 그렇게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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