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을 제시하는 2005 국정감사
국회의원 노웅래
시민일보
| 2005-09-28 19:45:41
{ILINK:1} 국회의원으로 맞는 두 번째 국정감사.
‘첫 번째 국감’은 ‘첫 번째’라는 딱지 덕에 못하더라도 학습하는 기회였다고 치부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첫 국감에서 어느 정도 감(感)을 잡았고, 시민단체들의 과분한 평가 덕분에 한결 자신감을 갖고 임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심적 부담은 첫 번째 때 보다 훨씬 크게 다가옵니다.
지난해 첫 국감 때는 열심히만 해도 평가를 받았다면, 올 국감에서는 ‘열심’은 기본이고, 그 이상의 ‘플러스 알파’가 요구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플러스 알파를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 제시’로 잡았습니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수선하고 불투명합니다.
잠시잠깐 수면 아래로 잠복했는지, 아니면 영원히 수그러들었는지 확언할 수 없는 굵직굵직한 정치이슈들, ‘연정’이니 ‘개헌’이니 ‘선거구제 개편’ 같은 무거운 화두들로 머리는 이래저래 무겁고 혼란스럽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런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고 휘둘리지 않고, 확실하고 실질적인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를 국감 내내 일관성 있게 해내는 것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상황에 상관없이, 어쩌면 바로 그러한 상황일수록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의 본연의 역할과 책무에 충실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감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정리하니, 마음이 오히려 후련해지고 가볍습니다.
올 국감에 임하는 저의 입장은 한마디로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을 보여드리겠다는 것입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은 한순간 시원할지는 모르지만 소모적일 뿐입니다.
현학적이고 인기에 영합하는 문제제기는 한순간 짜릿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가 가야할 큰 방향을 제시해 주지는 못합니다.
때문에 일회성 문제제기가 아니라 장기적 비전과 개선방향을 염두에 둔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을 하기 위해 성실히 노력하겠습니다.
이와 연관되는 두 번째 약속은 책임 있는 여당의원답게 정책국감에 진력하겠습니다.
이상적인 공허한 정책을 잡화점 식으로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의지와 집행예산이 담보되는 구체적인 정책을 현실성 있게 제시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쟁이나 정치공세에 휘말리지 않고 꿋꿋하게 의원 본연의 역할과 책무에 충실하겠습니다.
소속정당의 입장은 분명히 중요하고 존중되어야 하지만, 여당이건 야당이건 당의 입장에 지나치게 경도되다 보면 소모적인 공방에 말려들기 십상입니다.
소속 정당 이전에 국회의원임을 명심하고 소신껏 국감에 임하겠습니다.
17대 국정감사 첫날인 9월22일 제가 소속된 문화관광위원회 위원 전원의 ‘한복국감’은 국감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상임위 국회위원 전원이 국감 첫날 하루만이라도 한복을 차려입고 질의서도 전통한지를 사용하여 작성했습니다.
우리 선조들의 멋과 여유, 낭만을 오늘날의 국회에 되살리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정쟁국감을 떨쳐버리고 인간적이고 생산적인 정책국감을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일회성 퍼포먼스라고 폄하하실 수 있겠지만,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말을 믿어보고 싶은 바람이 실린 기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국감이 시작하자마자 이런 기대와 희망은 사그러들었습니다.
과거 국회와 큰 차이 없이 첫날 상임위원회가 열리자마자 여야간 증인신청을 둘러싼 지리한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삼성 이건희 회장 등을 증인 신청하니까 노무현 대통령, 정동영 장관 등을 증인으로 하자고 맞불을 놓습니다.
또 국무조정실이 각 부처에 보낸 국정대책보고서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야당은 국감기간을 정책을 적극 홍보하는 기회로 삼으라는 국무조정실 지침에 대해 벌떼처럼 일어나 “언론 탄압 기도”아니냐며 공세를 취했습니다.
첫날의 비생산도 부족했는지, 국감 이튿날에는 국정홍보처가 편집 발간한 ‘노무현 따라잡기’라는 신간 서적을 놓고 하루 종일 소모적인 말싸움을 해야 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국감의 진로가 우려될 것이 너무나 뻔한 이틀이었습니다.
국회의원이라면 의당 국감을 통해 행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게 온당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도 너무 ‘오버’ 한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습니다.
앞서 제기된 사안에 대해 시각에 따라 충분히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지만 하루 종일 그것도 한 정당의 모든 의원이 다룰 만큼 중차대한 사안을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자신에게 기대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뽑아놓고 일거수일투족을 눈 크게 뜨고 지켜보고 계실 국민들과 지역구 주민들의 염원을 기억하고 두려워(?) 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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