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은 죽어라?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10-05 20:18:41
{ILINK:1} 서울 강남구의회는 지난 4일 압구정동 현대·미성아파트 입주자 등 부자들의 재산세 거부 움직임이 일어나자 재산세를 50% 깎아주기로 결정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은 조세 정의 등을 들어 재의 신청할 뜻을 밝히고 있으나, 번복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래서 걱정이다. 강남구가 재산세를 내릴 경우 다른 지역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재산세를 인하해도 서민들은 전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세부담 상한제에 따라 재산세액이 세부담 상한선인 150% 이하로는 인하되지 않으므로 실제로 대부분 중소아파트들은 탄력세율 혜택을 받지 못한다.
결국 돈 많은 부자들이 혜택을 누리는 반면, 세수부족으로 인해 가난한 서민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래저래 손해 보는 것은 없는 사람들 뿐이다.
실제로 강남구가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보면, 50%의 탄력세율을 적용해도 은마아파트 31평은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아이파크 104평은 396만원, 타워팰리스 103평은 342만3000원이나 감면된다.
이렇게 따지면 강남구 전체 세수가 무려 300억원 가량 줄어든다. 아무리 돈 많은 부자구라고 해도 복지나 문화사업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은 현실에서는 의회가 단지 주민들로부터 호감을 얻기 위해 세율을 감축하면 그에 따른 세수 부족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려는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사실 재산세율 인하는 지역주민들의 인기를 얻는 대신 다른 지역사람들이 낸 국세에 손을 벌리도록 하는 것임으로 단순히 지방자치단체 권한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행정자치부는 지난 8월 각 자치단체들에 지침을 보내 올 9월에 부과되는 토지 과표 중 2005년도 공시지가 인상분의 50%까지 자율적으로 경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부터가 잘못이다.
이번 기회에 민주노동당의 지적처럼 부자들에게만 이중삼중으로 혜택이 돌아가지 않도록, 고가주택에 대한 재산세 인상 상한선을 없애거나 기초자치단체의 탄력세율 적용을 축소·폐지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
특히 우리나라의 재산세는 외국과 비교할 때에 다른 세목과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아직도 보유세가 높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강남구는 즉각 구의회에 재의를 요구하고, 또 구의회는 무엇이 국가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 이성적 판단을 내려 주기 바란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