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과 장기표와의 만남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10-19 19:20:40
{ILINK:1} 최근 고 건 전 총리와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가 자리를 함께 했다. 당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날 회동 이후 두 사람의 행보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우선 고 전 총리의 경우 지난달 중부권 신당 준비모임에 참석한 것을 시발점으로 하여, 매일 저녁 2~3끼를 먹어야 할 만큼 정치권 관계자들과의 만남이 잦아졌다.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신중한 탓에 소심하다는 평가마저 받고 있는 고 전 총리로서는 가히 파격적인 행보라 할 만한 일이다.
실제로 고 전 총리는 확신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다. 물론 그 스스로 어느 정당을 선택해 들어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정당이 알아서 모셔(?) 주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재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거대 정당에는 그가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인물들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그를 필요로 하는 정당이라야 고작 소수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이나 심대평 충남지사가 만드는 신당 정도다.
지난 18일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심대평 지사가 자리를 함께 한 것도 어쩌면 고 전 총리 영입을 위한 첫걸음일지 모른다.
하지만 민주당과 신당이 통합에 성공을 한다고 해도 과거의 ‘DJP연합’과 같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즉 양당 연합공천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면, 반드시 깨진다는 것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나서야 건널 만큼 신중하기로 소문난 고 전총리가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런 그가 지금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이처럼 확신을 갖게 된 데에는 어떤 이유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 배경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그 같은 확신을 심어준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여러 가지 정황을 비추어 볼 때에 고 전 총리에게 확신을 심어준 사람은 바로 장기표 대표일 것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꽤나 오래다. 단지 ‘오랜 인연’이라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서로는 서로를 깊이 신뢰하고 있다. 단순히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맺어진 인연이 아니라는 말이다. 고 전 총리가 관선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장 대표는 철거민들을 보호하는 재야인사로서 그와 조우했고, 그 때부터 두 사람 사이에는 비록 적(敵)이지만 믿음이 가는 사람으로 서로에게 각인 됐다고 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가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 대표가 누구인가. 우리나라 최초의 ‘뉴레프트(New Left)’ 주창자이자 그 대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뉴레프트’세력은 그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뉴라이트’세력이 한나라당 정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동안에도 세상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할 만큼 상당히 침체돼 있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 내에서 올해 가을부터 ‘뉴레프트’가 기존 진보진영의 분배지상주의와 획일적 평등주의를 비판하며 서서히 대오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고 전 총리는 ‘DJP +New Left’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장 대표라면 그 같은 등식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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