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선거 ‘총력전’ 점입가경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10-20 20:29:48

{ILINK:1} ‘10.26 재선거’를 대하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각 정당 지도부들의 행태가 가관이다.

우선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는 재보선 불패신화를 이어 나가겠다며, ‘선거 올인’을 선언한 상태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20일 대구 동을과 울산 북구 등 영남권 재선거 지역에 박근혜 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대거 나서 총력전을 폈다.

박 대표는 앞서 지난 18일 부천 원미(갑) 지원유세에서 임해규 후보에 대한 지지연설을 하는가 하면, 같은날 경기도 광주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덕룡 의원의 안내로 광주 경안동 터미널 앞에서 거리유세를 가졌다.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아마 지금 이 시간에도 재선거가 실시되는 지역에서 지원유세를 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런 상황은 열린우리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열린우리당은 당초 `지역일꾼’을 뽑는 이번 선거가 `당 대 당’이 대립하는 이전투구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앙당 불개입 전략’과 함께 국정감사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당 지도부가 잇따라 재선거 지역에 대거 출동해 선거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우리당 지도부는 19일 부천에 이어 20일에는 경기도 광주지역에 총출동해 이종상 후보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으며 21일에는 울산 지역을 방문한다고 한다.


여야가 불과 4곳에서 실시되는 `미니선거’에 이처럼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이번 재선거가 단순히 4석의 국회의원 자리를 다투는 싸움이 아니라 문희상 의장과 박근혜 대표에게는 당 의장이나 대표로서의 입지가 걸린 선거이기 때문이다. 즉 문 의장에게는 의장의 자리가 걸린 선거이고, 박 대표에게는 한나라당 차기 대선주자 자리를 지키기 위한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먼저 지난 4.30 재·보선에서 ‘완패’의 치욕을 경험한 문희상 의장은 이번에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경우, 김근태ㆍ정동영 장관 ‘조기 복귀론’이 힘을 얻으면서 중도하차해야할 운명에 처할 수도 있다. 문 의장은 그래서 죽기 살기로 재선거에 매달리는 것이다.

또 한나라당 박 대표는 당내 대권경쟁을 의식, 청계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상승세를 차단하기 위해 재선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천 잡음이 있었던 `경기 광주’와 `대구 동을’의 수성 여부는 박 대표의 지도력과도 직결된 상황이어서 결과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기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앞뒤 가리지 않고 ‘선거 올인’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무엇인가.
더구나 지금 국회는 처리할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 아닌가.

사실 당 의장이나 당 대표의 향후 입지가 어찌되든 그것은 개인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회에 산적한 문제들은 바로 국민의 민생과 직결된 문제다. 혹시 이점을 여야 각 당 지도부가 잊은 것이나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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