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의 價値는 거기까지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10-23 19:01:48
{ILINK:1} 대구 동구을 재선거 현장을 방문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3일 활짝 함박웃음을 지었다.
'창사랑' 회원들과 대구 지역 한나라당 당원, 역내 시민 100여명이 모여들어 태극기를 흔들며 연신 “이회창, 이회창""을 연호하면서 반겨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품'에 안기는 열렬 시민들로 인해 그의 표정은 상기되다 못해 입가에 엷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전 총재의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
우선 그는 ‘불도저’ 같은 성격의 이명박 서울시장 조차 납작 엎드리게 할 만큼 힘이 있는 사람이다.
이명박 시장이 누구인가.
불도저 정신과 직설적 화법, 카리스마를 무기로 삼던 그에게 ‘청계천 특수’가 더해지면서 이제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는 것처럼 행동하던 사람이다.
실제로 그는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의 증인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을 향해 큰소리를 치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이 이에 항의했으나 그는 아예 그들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다 결국 이 시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솔직히 노무현, 이회창을 놓고 인간적으로 누가 더 맘에 드냐 하면 노무현”이라며 “이쪽(이회창)은 너무 안주하고 주위에서 둘러싸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해 이회창 전 총재의 분노를 샀다.
이처럼 거칠 것이 없는 이명박 시장마저 굴복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이 전 총재의 정치행보에 대해 여야 정치권이 예의주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전 총재의 가치(價値)는 거기까지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과거로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가 한 때 대통령 후보로서 한나라당을 이끌어 온 것은 맞지만 이제 그의 영향력은 흘러간 물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가 어떤 힘을 갖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빌미로 정치재개를 위한 행보를 시작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만에 하나라도 직접 대권에 뛰어들겠다는 생각을 한다거나, 특히 차기 대선 국면에서 모종의 역할(킹 메이커 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차떼기’의 악몽이 되살아나면서 국민적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이른바 ‘창심(昌心)’이 대권 주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저 ‘당의 원로’로서 최소한의 활동에 그쳐야 한다는 말이다.
필자는 이 전 총재의 향후 정치행보를 온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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