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불량제품을 눈감아 주는가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10-24 19:35:13

{ILINK:1} 마포대교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지난 17일 저녁 6시에 개통됐다.
그러나 그 화려한 외양과는 달리 마포대교를 건너는 운전자들은 생명을 담보로 해야 할 만큼 매우 위험하다.

실제로 교통사고 예방 및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설치한 마포대교의 차량방호울타리가 도로공사의 안전기준에 미달하는 불합격 판정을 받은 제품이라고 한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마포대교에 설치된 (주)KR사의 차량방호울타리 제품은 지난 6월8일 도로공사 성능시험에서 불합격판정을 받았었다.
이후 해당업체가 민원을 제기하자 도로공사가 나흘 뒤 민원심의위원회를 열어 기준치에 미달하는 제품임을 알면서도 합격처리하고 말았다.

실제로 도로공사는 성능시험방식 중 미국방식과 유럽방식 중 하나를 적용해야 했으나 KR사 제품에 대해서는 두 방식을 혼용하여 KR사측에 유리한 부분만 적용, 합격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방식과 유럽방식을 혼용할 경우 차량탑승자의 보호성능 값이 매우 낮아진다는 것이다.
사실 도로공사가 편법으로 통과시킨 제품은 KR사의 알루미늄 차량용 방호울타리 제품으로 차량이 시속 100㎞로 충돌하더라도 탑승자의 안전을 유지해야 하는 고기술을 요하는 제품이다. 따라서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한선교 의원에 의해 발각되고 물의를 빚자 도로공사는 부랴부랴 이 제품에 대해 합격처리 효력을 정지시켰다.

물론 도로공사는 지난달 16일 부로 합격처리를 잠정유보한다는 사실을 이명박 서울시장 등에게 통보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이를 묵살하고 그대로 마포대교를 개통시키고 말았다.
이쯤 되면 간덩이가 부어도 이만 저만 부은 것이 아니다.
한선교 의원실 관계자는 KR사의 제품은 다시 성능 시험을 하더라도 결코 합격판정을 받을 수 없는 불량제품이라고 했다.

따라서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즉시 교량난간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시민의 안전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
얼마전 청계천 다리에서 한 시민이 추락사하는 불행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불량제품을 사용한 다리를 그대로 개통한 것을 보면, 아무래도 뭔가 흑막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해당업체의 청탁이나 외부의 개입이 없었다면, 어떻게 불량제품인 줄 뻔히 알면서도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시설을 그대로 방치할 수 있겠는가.

서울시가 로비를 받지 않았다면, 정말 깨끗하다면, 즉시 불량제품을 철거하고 시민의 안전을 지켜 줄 수 있는 정상적인 제품으로 교체 설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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