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장과 청계천 그리고 나
국회의원 이재오
시민일보
| 2005-10-26 19:57:06
{ILINK:1} 청계천에 물이 흐른다.
어떤 사람은 옛날의 추억을 생각하며, 어떤 사람은 새로운 추억을 만들면서 흐르는 물따라 걷기도 한다. 흐르는 물처럼 사람들의 흐름도 멈추지 않는다.
청.계.천
그곳에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또 그곳에는 우리의 한이 흐르고 있다.
2002년 봄이었다. 나는 당시 한나라당 원내총무 임기를 막 마쳤을때다. 지금 청계천 광장옆에 있는 한 건물에 ‘이명박시장후보선거대책본부‘가 마련됐다.
당 지도부에서는 나에게 원내총무를 1년 더 해줬으면 좋겠다는 간곡한 부탁을 했다. 하지만 나는 더 할 생각이 없었다.
국회의 꽃이라고 불리는 원내총무는 정치인이면 누구나 하고 싶어한다. 그것도 직선 총무자리는 쉽게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임기가 있는 자리는, 임기를 마치면 다음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잘한다고 해서 계속 하려들면 그것은 자리를 위한 감투욕 밖에 안된다는 생각이 나의 정치소신이었다.
원내총무를 끝내고 좀 여유를 가지려고 하는데, 지방선거가 시작되었다.
원내 총무시절에는 당직자였기에 선거에 대해 중립적 위치에 있어야 했다. 그래서 이명박시장과 깊은 관계가 있었지만 입을 닫고 있었다. 마침 경쟁자이던 홍사덕의원이 경선포기를 함으로써 후보는 이명박으로 단일화 되었다. 당내에서는 경선의 짐을 덜게 되었다.
총무임기가 끝나서 여행을 다녀오려고 준비 하고 있는데 하루는 이명박 시장후보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대뜸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몇번이고 사양했다. 우선 당내 많은 중진들이 있고, 더욱이 총무를 더 하라는데도 안하고 있다가 선거대책본부장을 하면 마치 내가 이를 기다렸기에 안하는 것처럼 생각될까봐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이명박후보가 강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이회창총재에게 전했더니 이총재께서도 그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당에서 임명하는 자리니까 꼭 당선시켜야 된다고 하시면서 ‘이명박서울시장선거대책본부장’으로 임명해 주셨다.
청계천광장에 서서 선거대책본부 건물을 보니 그때 일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선거대책본부장은 선거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선거공약을 점검하는데 이시장의 역점이 청계천복원이었고, 그것은 참 말과 시비가 많은 ‘뜨거운 감자’와도 같았다.
원래 청계천 복안은 양쪽 차도에는 지하도를 만들고, 현재 양쪽 차도에는 전부 녹지대를 만들기로 하였는데, 그것이 실제 공사를 설계하다 보니 양쪽 배수관계로 지하 차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것이다. 그렇게 청계천복원은 시작되었다.
나는 공사기간 중 틈만나면 그곳을 둘러보았다. 임산부가 출산일을 기다리듯이 복원후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곳을 드나들었다. 내가 그 정도인데 하물며 이시장이야 오죽하였을까?
그리고 그곳에 투입되어 수많은 땀을 쏟은 근로자, 진정 그들의 힘으로 역사는 복원된 것이었다.
나는 청계광장에서 분수되어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면서 개울가를 걷기 시작했다.
팔도석이 얕은 물속에 잠겨있는 첫머리에서부터 걸었다. 꿈속을 걷는 것 같았다.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온갖 상념에 빠져들었다.
청계천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어있다. 처음은 역사의 구간, 다음은 문화의 구간, 마지막은 자연의 구간이다. 역사와 문화와 자연의 흐름을 청계천에 담은것이다.
역사의 구간에는 옛 유적을 그대로 옮겨놓았고 돌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문화의 구간에는 어떤 공연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자연의 구간에는 옛 하천의 모습과 생태를 그대로 복원하였다.
청계천은 이제 서울 복원의 시작이다. 서울은 전후복구에서 60년대 70년대를 거치면서 이른바 개발의 도시가 되었다. 모든 것이 개발이 우선시 되다보니 도시 곳곳에 육교가 생기고 고가도로가 흉물스럽게 도시의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산업화와 개발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마치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당연시 됐다.
자연은 훼손되고, 역사는 묻혀지고, 문화는 숨 쉴 곳이 없어져버렸다. 이것이 개발시대의 특징이다. 청계천복개와 고가도로 또한 개발시대의 전형적 산물이다.
곧 청계천 복원은 산업화시대와 개발도시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다.
이제 나는 이 서울을 인간의 도시로 만들고 싶다. 600년의 서울의 역사를 복원하고, 600년의 수도서울의 문화를 복원하고,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망우산, 용마산, 아차산, 그리고 강건너 관악산, 청계산을 잇는 서울을 품속에 안듯 자연을 복원해야 한다.
인간의 도시 서울에서 사람이 산다는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것인가를 만끽하고 싶다. 나는 그런날을 만들고 싶다. 청계천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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