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이 먼저인가, 영입이 먼저인가!

국회의원 김형오

시민일보

| 2005-10-31 20:27:43

{ILINK:1} 올 가을 화제는 단연 ‘4:0’이다. 코리언시리즈가 그렇고 제팬시리즈, 심지어 미국의 월드시리즈까지 4:0으로 끝났다. 10.26 재보선 결과도 4:0이다. 스포츠의 세계 동조화 현상이 우연치고 기이하다.

스포츠와 선거는 닮은꼴이다. 일종의 게임이다.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리는 것이나 공정한 룰 안에서 치러야 하는 것 등이 비슷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적극적인 팬들의 성원과 지지도 열렬하다. 대개 결과가 예측되지만 가끔은 의외의 결과로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번 10.26 재보선은 ‘잘해야 본전’이고 ‘싱거운 승부’라고 했으나 의외로 고전했다는 후문이다. 어쨌든 4.30 재보선에 이은 완승이었다. 16대 이후 한나라당은 ‘재보선 불패’ 기록을 계속 다시 쓰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를 ‘재보선 전문당’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민심의 심판을 외면하고 호도하려는 속셈이 다분히 깔려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승리를 자축하고 오만해진다는 것은 아니다. 결과는 4:0 완승이었지만 내용면에서 그렇게 시원하지는 못했다. 나는 이번 선거가 이기고도 밋밋한 것은 ‘감동’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승리해야 한다는데 너무 매몰돼 당선 가능성만을 따졌다. 물론 당선 가능성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α(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전하는 간절한 메시지이고 결연한 의지다. 이것이 관철될 때 비로소 감동이 생긴다. 그 감동은 비록 지역 선거지만 효과는 전국적으로 확산된다.

지난 1990년 DJ는 영광·함평 보궐선거에 지방색 타파를 위해 영남대 이수인 교수를 공천했다. 당시 논란이 거셌지만 DJ의 끈질긴 동진책의 첫 신호탄이었다. 결과적으로 후에 DJ는 두 자리의 지지를 영남에서 끌어내는데 성공, 대통령이 됐다.

나는 이런 점에서 반성하고 있다. 이번 재보선 공천심사위에 외부인사영입위원장 자격으로 자동위촉 됐지만 거의 참여치 못했다. 역할을 하지 않았다. 이유야 어떻든 송구한 마음이다. 솔직히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 대비한 인물영입과 전략이다. 내년 지방선거는 2007년 대선을 위한 첫 관문이다. 국민에게 좋은 품질을 선보여야 한다.

정치와 스포츠가 또 비슷한 게 있다면 그것은 ‘유능한 선수’를 스카웃하는 것이다. 스포츠와 정치 공히 전력을 강화해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다만 스포츠에서 스카웃 수단이 돈이라면 정치에서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인물영입은 보스(당총재)의 특권이었고 밀사가 된다는 것만으로 실세의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인물 영입 자체가 은밀한 작업이었고 정국돌파 카드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었기 때문에 늘 언론의 관심영역이었다. 지난 1987년 대선당시 YS는 여의도 유세에서 정승화 참모총장의 영입을 발표, 12·12 쿠테타 세력과의 차별성을 내세웠다. DJ는 1992년 총선시 자신의 색깔을 탈색시키고 안보에 대한 신뢰를 주기 위해 군 장성 3인방을 영입했다.

당시 인물 영입은 비록 보스의 결정에 의해 추진되었지만 한국적 상황에서 당의 체질개선과 쇄신을 위해 나름대로의 기여도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제도화되지 않음으로써 정당의 리쿠르트가 단발적이고 그때그때 대중 영합적인 기준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어느 정당이건 간에 인력DB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최근 한나라당은 당헌상 인재영입위원회 설치를 규정했다. 이제 인물 영입도 제도화 차원에서 접근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정당사에 획기적이라 평가할만하다.

한나라당은 오래되고 덩치가 크다. 게다가 야당이기에 새로운 인물 영입은 그만큼 어렵다. 현실적으로 크게 두 가지 난관이 있다. 첫째는 대외적인 문제다. 개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참여할 인재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쇄신이 먼저인가, 영입이 먼저인가. 어려운 숙제다. 그러나 이 고리를 풀지 않으면 한나라당은 ‘자신들만의 당’으로 동맥경화에 걸릴 수밖에 없다.

두번째는 내부적인 문제다. 당 쇄신을 위해 인물을 영입하려면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시 현재의 조직과 갈등을 빚게 된다. 경선을 통한 상향식 공천이라는 명분과 당 쇄신을 위한 개혁적 인물의 수혈 사이에서 치열한 접전이 불가피하다. 당에 대한 기여도와 혁신론 사이에서도 우선순위를 가리기는 쉽지 않다. 두 개의 가치를 조정하고 선택하는 것은 당 지도부지만 과거 오너체제만큼 강력한 의지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당 내부의 컨센서스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늦다. 따라서 인재영입위원회의 기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이런 점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제 기회는 많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가 당 변화의 시금석이다. 이때 한나라당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등 변화의 몸부림과 개혁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정권교체는 또 어려워질 것이다. 천막정신을 다시 살려 한나라당의 쇄신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들을 영입해서 지방선거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국민의 소리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야 한다. 한나라당은 웰빙정당의 조소를 벗어던지고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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