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인가 내분인가?
국회의원 민병두
시민일보
| 2005-10-31 20:28:35
10.26 재선거 결과 당이 분란에 휩싸이고 있다. 성장통으로 치부하기에는 분란의 폭과 깊이가 생각보다 심하다. 이 상황을 ‘질서있는 전환’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통제불능의 내분’으로 가는 상황을 방임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과 중앙위원, 그리고 당원들 모두의 지혜와 냉정함이 필요하다. 이지적인 접근을 통해서만 우리의 비전을 만들 수 있다. 불신을 증폭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0.26 재선거의 결과 한쪽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작은 탄핵’이라며 책임론을 제기한 쪽을 비판하고 있다. 양쪽 모두 그 논거에 일정한 정도 정당함이 있으나 과도함의 오류를 범하는 측면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 책임론은 대연정 제안과 X파일사건관리, 그리고 청와대의 대국민메시지에서 비판의 근거를 찾고 있다. 여기서 그 논거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는 않겠다. 중요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당의 동반자 혹은 지도자라는 관계설정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비판했어야 했다. 비판하는 분들이 그 끈을 놓치지 않고 비판을 하려고 했어도 국민일반이 볼 때 관계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여졌다면 잘못이다.
열린우리당은 집권당이다. 우리가 대통령을 흔들어 놓았을 때 그것이 일시적으로는 국민정서나 코드에 맞는 비판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후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대통령과의 끈을 놓아버리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이 땅의 개혁세력 모두에게 재앙이 올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한 것에 대해 이를 ‘작은 탄핵’이라고 비판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이렇게 되면 비판론자를 탄핵론자로 몰고 감으로써 당내의 전선을 과도하게 극단적인 대립으로 몰고 가게 된다. 실제보다 심각한, 그리고 과장된 긴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언론에서는 친노 대 반노의 대결로 몰고 간다. 대통령 임기가 절반 가까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친노 대 반노 대결로 당이 날을 새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면 당과 정부의 앞날은 비참해진다.
‘작은 탄핵론’의 또 다른 오류는 잘못하면 대통령을 당내 소수파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은 당내 소수파가 아니다. 설사 일부 잘못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있었기에 개혁세력의 재집권도 가능했고, 지난 17대 총선에서 개혁세력이 의회 다수파가 될 수 있었다.
모두 현명해질 때이다. 또 다시 지난 1987년 양 김분열과 같은 역사의 오류와 죄과를 범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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