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면 벽은 없습니다

열린우리당 의원 김영춘

시민일보

| 2005-11-06 19:57:56

어제 전라도 광주의 한 선배 당원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김의원, 현재 우리당이 나아가야 할 바는 이 시에 모두 담겨 있다. 전국의 당원들이 함께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아침 첫 번째 비상대책기구 회의에서 모든 참석자들께 ‘담쟁이’를 낭독해 드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당은 절망의 벽 앞에서 낙담하고 있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라고 다들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 벽 앞에서 좌절해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벽을 새파랗게 덮으며 타고 넘어갈 것인가의 갈림길입니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의지가 있다면 그 해답은 자명합니다. 어떻게 만들었던 당입니까? 우리가 실패한다면 우리 역사는 어떻게 굴절되겠습니까?

오늘 아침 열린 첫 번째 회의에서 저는 임시집행위원회라고 명명된 기구의 이름을 ‘비상집행위원회’로 개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우리 스스로 위기의 엄중함을 확인하고 당내외에 그러한 우리의 각오를 천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앞으로는 그 긴장된 이름으로 계속 불리워질 것입니다. 또한 비상집행위는 열린우리당의 제2창당을 목표로 성역없는 논의를 해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 우리당은 정체성 혼란, 지도력 부재, 효율적인 논의구조와 집행력 미비라는 내우(內憂)와 정권에 대한 부정적 평가의 확산이라는 외환(外患)에 함께 시달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당의 의원들과 당원들이 희망적인 전망을 상실하고 열패감에 휩싸여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상집행위마저 당 부활의 경로를 개척하는 임무 완수에 실패한다면 우리당은 더 이상 회생 가능성이 없는 식물정당으로 고착되어 버릴 것입니다.

저는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하면서 국회의원 재선에 실패하는 것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든 우리당이 붕괴되거나 분열되는 것만은 참으로 두렵습니다.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보자던 우리들의 꿈마저 함께 무너져 내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날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입니다.

야당이 되는 것은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구시대의 낡은 정신이 지배하는 반동의 시대를 오랜 세월 견뎌야 하는 것은 참으로 두렵습니다. 그렇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 마음을 합하여 열린우리당이 평화와 개혁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정당,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으로서 자기 정체성과 면모를 분명히 세우도록 해야만 합니다.

그와 동시에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국민 다수의 사랑을 얻는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에게 채찍을 들었던 국민들이 다시 다가서려는 우리들의 노력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상황은 엄중합니다만 모든 의원, 당원들이 담쟁이처럼 손잡고 나아간다면 오르지 못할 벽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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