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왜 오해 받을 일 하는가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11-08 19:58:20
{ILINK:1} 서울시가 서울에 소재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운영 실태를 조사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해 물의를 빚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 인터넷 매체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 시민협력과가 최근 서울시에 등록돼 있는 각 시민단체들에게 등기우편으로 ‘비영리민간단체 운영실태 조사에 따른 자료제출 협조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는 것.
실제로 서울시 측은 공문에서 “우리시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의 운영실태 및 문제점을 개선·보완하고자 1차 서면조사를 실시, 서면조사 내용의 결과에 따라 현장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민간단체 등록요건 구비여부(사무소의 소유권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회칙(정관), 회원명부, 총회회의록(최근 1년), 사업계획서(2005년) ▲공익활동 실적(최근 1년 예산서 및 결산서) 및 운영사례 등을 오는 11일까지 인편 또는 우편으로 접수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반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도대체 전화상으로도 확인이 가능한 일을 굳이 등록 때와 마찬가지로 서류를 제출하고 심지어 현장조사까지 벌이겠다는 의도가 무엇인가.
단지 서울시에 등록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단체의 내밀한 자료를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서울시가 시민단체를 관리·감독하겠다는 저의가 담겨 있는 것으로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우선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관악주민연대, 광진주민연대, 구로시민센터, 동대문푸른시민연대, 동서울시민연대(준), 문화연대, 사회당서울시위원회, 서울시민포럼,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서울환경연합, 서울KYC, 위례시민연대, 전국문화예술노동조합, 참교육학부모회서울지부, 초록정치연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 살림서울생협 등 무수히 많은 민간단체들이 이명박 서울시장이 의욕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 건립’사업을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이들 단체들은 지난 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 건립’ 추진과정과 생태문화환경의 파괴, 적합하지 않은 입지조건, 시민의 의사수렴의 부재 등 총체적인 부실과 전시행정으로 얼룩져 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시민단체들의 운영 실태를 조사하겠다는 공문이 행여 이들 입에 재갈물리기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운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시민단체는 비록 법률적 필요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을 하지만 그렇다고 지자체의 하부조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지자체로부터의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한 시민단체는 그 정체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서울시가 민간단체의 성장을 바란다면, 공문에서 밝힌 것처럼 그들의 자발적인 활동보장을 하고자 한다면, 지자체의 간섭은 최소화하는 것이 옳다. 이것이 단지 오해라면 시는 즉각 오해받을 일은 중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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