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책임 당원제는 사기극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11-14 20:16:43

{ILINK:1} 여야가 이른바 ‘당비를 내는 당원’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열린우리당은 기간당원제 폐지와 고수를 놓고 정파간 갈등을 빚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대권주자 선거인단 책임당원 참여 문제를 놓고 주류와 비주류간 마찰이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진성당원제와 달리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제나 한나라당의 책임당원제는 한마디로 사기극에 불과하다.

물론 기간당원이나 책임당원은 중앙당에 일정 당비를 내고 각종 선거의 당소속 출마자를 뽑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는 당원이라는 점에서 진성당원과 외견상으로는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진성당원과 기간.책임당원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다. 그것도 아주 현격한 차이다.

우선 우리당의 기간당원 50만여명 가운데 80%~90%는 이른바 ‘종이당원’이라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7월 2만5000여명에 불과했던 우리당 당원 규모는 지난 2월 당원협의회장 선거를 전후 23만5000여명으로 늘었다.
이어 3∼4월 재·보선 후보 경선과 전대를 마친 뒤 14만8000명 수준으로 빠졌다가 내년 지방선거 공직 후보자 당내 경선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입당 마감일인 8월 말 50만여명으로 급증했다.

지방선거에 출마할 인물들이 대거 종이당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간당원제 폐지·완화 시도는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기간당원제 사수’를 선언한 정파가 있다면 그것은 코미디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은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나라당 경남도당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한 시민이 “당비를 대신 내준다는 말에 입당했는데 왜 자신의 계좌에서 당비를 빼내가느냐”며 항의 글을 올린 사건이 있었다.
이름만 빌려주는 이른바 종이당원인 것이다.

실제로 경남지역 책임당원은 현재 6만1000명으로 지난 4월의 60배 이상으로 느는 등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원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기초의원 등이 고발되거나, 수사 의뢰됐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이런 현상이 어디 경남에만 국한된 것이겠는가. 아마도 이는 전국적인 현상일 것이다.
정당 민주화를 위해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앞다퉈 도입한 후보 경선제의 참뜻이 이른바 종이당원 때문에 퇴색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여야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기간·책임당원제를 포기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국민참여경선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진성당원제는 민노당과 같은 이념정당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당비를 내고, 당에 힘을 실어주어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토록 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진성당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제도는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같은 대중정당에서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다.

그런데도 이에 대해 ‘사수’의 목소리를 높이거나, ‘당의 정체성’을 운운한다면 그것은 사기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