孝心보단 民心이 우선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11-18 16:08:12

{ILINK:1}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희망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심(朴心)’이나 ‘이심(李心)’보다는 ‘민심(民心)’을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내 경선을 거치자면 ‘민심’보다는 ‘박심’이나 ‘이심’이 우선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한나라당 지지율이 사상 처음 40%대를 넘어서는가 하면, 집권당의 두 배나 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공천=당선’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시점이다.

즉 현재 상황이라면 굳이 민심까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시정에 대한 잘못을 과감하게 지적했다.

우선 이재오 의원은 이명박 시장이 자랑하는 청계천 복원사업이 아직은 ‘미완’임을 지적했다. 상류지천까지 모두 복원해야 비로소 완성단계라는 것이다.

이 시장 선대 본부장까지 맡았던 그로서는 이렇게 말하기까지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또한 박 진 의원은 강북 교육시설이 열악해 강남·북 교육 불균형을 초래하게 한 점을 꼬집었다.

박계동 의원은 지역특성을 못 살린 뉴타운 정책의 문제를 지적했고, 홍준표 의원은 0.1%의 최상층만을 위한 오페라하우스 건립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오페라하우스 건립은 이 시장이 청계천 복원 다음으로 중점을 두어 추진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이에 대해 비판을 한다는 것은 자칫 이심을 화나게 할 수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홍 의원은 이심보다 민심을 먼저 살폈다.

맹형규 의원도 비록 직접적인 사례를 들어 비난하지는 않았으나, 질적 변화에 대해 시민들이 체감하고 있지 못한다는 점을 ‘잘못’으로 꼽았다.

어쩌면 이 같은 비판의식은 서울시장 출마를 꿈꾸는 자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안목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디 현실이 그런가.

이명박 시장은 박근혜 대표와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 한나라당 대권주자 가운데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로 손꼽히는 마당이다.

따라서 당내에서 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어쩌면 ‘이심’이나 ‘박심’을 얻지 못하면, 제 아무리 ‘민심’을 얻는다고 해도 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서울시장 출마자들이 박 대표나 이 시장의 ‘눈치 보기’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서울시정이 조금 잘못됐더라도 짐짓 모른 척 외면하거나,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게 공천을 받는 데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들 출마예상자들은 그렇게 안일한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비록 이 시장이 불쾌하게 생각할지라도 서울시정의 잘못된 점을 과감히 지적하면서, 자신은 이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래서 다음 서울시장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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