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인 모방을 경계한다

유기준 한나라당위원

시민일보

| 2005-11-18 16:09:52

{ILINK:1}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영국의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라는 수레바퀴를 진보와 발전의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은 창조적 소수”라고 말한 바 있다. 무심한 다수가 아닌 창조적인 소수에 의해 역사와 사회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창조적 소수의 이론은 경제 분야와 실생활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2080법칙’과도 一脈相通한다. “파레토 最適”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인 파레토가 발견한 이 법칙은 20이라는 작은 비율의 노력과 원인이 80이라는 비율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창의적인 소수가 무심한 다수보다도 사회의 진보와 발전에 있어서 큰 몫을 해낸다는 중요한 사실을 입증한 법칙으로 요즘과 같은 리더십의 부재와 혼란 속에서 한번쯤 되새겨 볼만한 내용이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95%는 모방자이며 오직 5%만이 창조자이다.”라는 말은 사람들이 TV 코미디프로에서의 가짜 웃음을 따라 웃는 이유, 사이비종교에 빠지는 이유, 커피숍에서 손님을 창가부터 먼저 자리를 주는 이유, 백화점에서 충동구매를 하는 이유를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사회적 증거의 이론’이라고 한다.

토인비의 창조적 소수이론은 파레토의 2080법칙과 함께 사회의 발전에 있어서 창의적인 소수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타인의 행동을 모방한다는 사회적 증거의 이론은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더 팔린다는 명제하에 사람들이 여러 가지 상행위를 하는 것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증거의 이론’을 정치에 대입해 보면 왜 대중이 포퓰리즘에 영합하거나 휘둘리는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0.26 재보선 결과에서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사회의 원로들도 노무현 정부의 코드정치를 비판하고 있다. 집권당의 적지 않은 의원들조차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을 비판하고 민생회복을 다짐하고 있는 실정이니 과연 이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는 정부와 여당의 리더들이 핵심적 소수로서 창의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고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오히려 포퓰리즘을 선동하여 저급한 정치상품을 국민들에게 강매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그들은 민생을 돌보는 데는 관심이 없고 정치싸움, 편 가르기에서나 천부적으로 뛰어난 자질을 보여 줄 뿐이다.

열린우리당의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이 노대통령은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한 부분은 이 정부가 깊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로서 민생을 우선하는 양질의 정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인데 분배와 평등에 집착하는 대중적 포퓰리즘과 코드정치에 함몰된 까닭에 자신이 잘못된 것을 알지 못하고 있으며 결국 정치상품의 수요자인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치의 다른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나라당에서도 인적쇄신과 새로운 인재영입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열망 또한 날로 뜨거워지고 있는 듯 하다.


인재영입위원장은 현재의 한나라당 의원들을 두고 출신성분과 출신학교가 운동권이나 재야, 시민단체 출신이 대부분인 여당에 비해 정치적 경험이 적은 ‘엘리트집단’, ‘책상형 의원’이 대부분이라며 현장형 또는 필드형의 새로운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집권당의 실패한 전철을 밟아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어서 현실을 외면한 인기영합주의이자 성숙한 우리 국민을 무시하는 부적절한 발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감히 지적하고자 한다.

경쟁력 있는 다양한 인재들을 배제하고 실패한 전철에 맞추어 능력이 검증되지 아니한 정치세력들을 섣불리 마구잡이로 뽑아 국민 앞에 내세우는 것은 능력을 가진 한나라당 정치지망생들에게는 오히려 逆差別이며, 여당이 하고 있는 실속 없는 대중 선동정치와 다를 바 없는 反知性的 행위이자 한나라당의 정체성 상실행위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것 역시 지적한다.

‘인간의 조건’이란 소설로 콩쿠르상을 받았던 앙드레 말로는 이 같은 反知性的 분위기로 인해 상반된 평가를 받은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정치가였던 앙드레 말로는 좌파 혁명가로, 도굴꾼으로 불리며 지탄을 받아 지금과는 다른 평가를 받았다. 다양성과 창의성이 배제된 당시의 反知性的 사회 분위기가 문화부장관이 될 그를 도굴꾼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에바 페론과 같은 포퓰리즘의 화신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다양성과 창의성을 갖춘 경쟁력 있는 핵심 인재들을 이 시대 국민들은 원하고 있으며 그것만이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에 희망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국민들이 말로만 하는 정치인에게는 더 이상 표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의 선거에서 증명된 바 아닌가?

영입위원회에서 각개 각층의 인재들을 발굴하여 정권교체에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좋지만 한나라당이 선택해 할 최적모델을 별도로 개발해서 여당의 실패한 전철을 무작정 밟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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