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를 든 구청장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12-01 20:08:46

{ILINK:1} 만일 시민들에게 ‘서울 25개 구에서 가장 깨끗한 골목길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시민들은 관악구를 꼽을 것이다.
관악구에는 매일 아침 새벽 6시부터 빗자루를 들고 골목길을 청소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처럼 골목길 청소에 나선 것은 벌써 7년째다.
얼핏 환경미화원을 연상하기 쉽지만 그 주인공은 바로 ‘청소 구청장’으로 널리 알려진 김희철 구청장이다.

그는 지난 1998년 7월 민선 2기 구청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일주일간 전 직원과 함께 주택가 주변의 해묵은 쓰레기 3000여톤을 치우는 일에 나섰다. 그때부터 오늘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청소를 지속해 오고 있는 것이다.
청소에 대한 그의 열정은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365일 논스톱 처리제, 쓰레기불편 민원봉사제, 청소상태 주민평가제 등을 도입해 청소행정을 일대 혁신하고, 초현대식 재활용시스템을 갖춘 관악클린센터를 설치·운영한 것도 김희철 구청장이다.

특히 클린센터는 이미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벤치마킹을 해갈 만큼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김희철 구청장의 청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남다르다 못해 유별날 정도다.
그는 언젠가 “민선 구청장으로 당선돼 처음 한 일이 주택가에 해묵은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었다” 며 “그래서 주민들이 저에게 ‘청소구청장’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말했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게 불리는 것이 보람이자 긍지”라며 “청소만큼은 열일을 제쳐두고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 새벽에 빗자루를 들고 골목길을 청소하는 그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이미 관악구에서는 흔한 일이 돼 버렸다.

관악구민들도 그의 이같은 열정에 감복해 내 골목을 내가 청소하는 ‘골목청결이 봉사단’을 스스로 조직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실버클린 자원봉사단’이라는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골목청결이 봉사단’의 경우 현재 단원만 2만여명 가까이나 된다니 주민들의 열정도 대단하다.

결국 김희철 구청장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관악구는 서울가꾸기 사업평가에서 7년 연속 우수구로 선정되는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달동네’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갖고 있던 관악구가 ‘청정동네’라는 새로운 별칭을 얻게 된 것도 알고 보면 그의 노력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그가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그는 지난해부터 관악산 도시자연공원 정비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특히 관악산 생태계 보존을 위하여 10만 그루 나무심기 사업을 착실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관내 학교에는 8억원의 예산을 투입, 3000여주의 나무를 식재했다고 한다.

‘청소하는 구청장’에서 ‘환경지킴이’로 그의 시선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빗자루를 든 구청장’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 것 같다. 김희철 구청장은 그만큼 소박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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