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 기준 달라졌다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12-08 19:09:51

{ILINK:1} 한나라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독특하다. 지방선거 하나만 떼어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2007년 대통령 선거와 연계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예전의 지방선거를 대하던 방식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우선 공천 기준이 많이 달라졌다.

공천 1순위로 거론되던 ‘당선 가능성’은 이제 그다지 중요한 기준이 못된다.
그동안은 후보가 비록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거나, 이당 저당을 기웃거리며 철새 노릇을 했더라도 ‘당선 가능성’만 있으면 얼마든지 공천을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공천에 탈락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 후보와 동반 낙선한 사람도 ‘당선 가능성’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복당이 허용되는가 하면, 공천까지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림도 없다. 이런 이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예 공천은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미 대세는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당은 지난 2일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정문 용인시장을 복당(復黨) 심사에서 ‘보류’ 처리시키고 말았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공천 기준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무엇보다도 ‘2007년 대선 승리’가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즉 ‘어느 후보를 공천해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느냐’는 점이 주요한 잣대가 된다는 말이다.
그것은 ‘반드시 승리하는 후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지역에서 인지도가 취약해서 낙선하는 한이 있더라도 전문성을 갖춘 인물, 그래서 한나라당 공천자는 인물 면에서 타 정당 후보들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이라면, 과감하게 공천을 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당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은 기본이다.

그런 인물을 공천해야 2007년 대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당 내부에서는 현재 25개 구청 가운데 23개 구청장이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내년에는 15개 구만 건지는 한이 있더라도 변화된 공천, 그래서 반드시 대선승리를 이끌 수 있는 공천을 시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로 인해 ‘현직 구청장 가운데 어느 어느 구의 구청장이 공천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소문이 지역에 파다한 실정이다. 필자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이들 모든 소문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문 가운데 몇몇은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구 꼴통’ 소리를 듣던 한나라당으로서는 대단한 변화다.

반면 개혁을 표방하며 출범한 열린우리당은 ‘당선 가능성’이 공천 일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개혁성이니, 전문성이니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수사에 불과하다.

철새든 뭐든 당선만 된다면,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말이다.
참신성이니, 개혁성이니 하면서 가히 혁명적인 공천을 했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런 면에서 한나라당은 두 번의 대선 패배가 약(藥)이 됐지만, 열린우리당은 지난 대선 승리가 오히려 독(毒)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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