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못지않게 절차도 중요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12-25 19:36:00

{ILINK:1}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가운데 이명박 서울시장은 단연 추진력이 돋보인다.
이명박 시장이 아니었다면, ‘청계천’이 지금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청계천은 서울의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 잡을 만큼 시민들로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추진력이라는 게 지나쳐 민주적 절차가 희생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서울문화재단은 지난해부터 구설에 오르내리던 청계천의 상징조형물로 결국 올덴버그의 ‘스프링(Spring)’이 선정됐다고 밝히며 지난 22일 작품 시안을 공개했다.
먼저 국내 공공 조형물 제작비로는 최고가인 약 34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하니, 그 비용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허나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올덴버그가 작품을 제출하기도 전에 그 명성만 믿고 그의 작품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정도는 약과다.
서울시는 무려 34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을 결정하면서 최소한의 민주적인 절차마저 생략하고 말았다.
그동안 문화연대, 문화우리, 미술인회의, 민족미술협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미술협회 등 우리나라의 보수·진보를 망라한 대부분의 미술계 단체들이 투명한 절차와 자료의 공개를 요구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지어 담당 공무원조차도 그 내막을 잘 알지 못하고 소위 “윗선의 결정”이라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을 일이다.

담당자가 말하는 윗선이라는 것은 모 전 부시장을 지칭하는 것이며, 그는 현재 뇌물수수로 구속된 상태이다.
청계천은 비록 서울시가 복원작업을 했으나, 그 주인은 이명박 시장이 아니라 서울시민들이다.
따라서 청계천에 조형물을 설치하려면, 이 시장의 개인적인 취향을 따르기에 앞서 주인인 시민들의 견해를 먼저 물었어야 옳았다.
민노당에 따르면 서울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파리시는 사회당 출신의 들라노에 시장의 주도로 지난해에 레알 지구 리모델링 공모사업(Project les Halles)을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축제로 치러낸 바 있다고 한다. 공개모집을 통해 선정된 4명의 건축가의 시안을 레알지구 내에 석 달간 전시하여 무려 12만5000명의 시민들이 이곳을 방문했고, 그 중 1만2600여명의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만일 서울시가 상징물을 공모하고, 응모한 설계를 청계천 일대에 전시해 시민들의 의견을 묻게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추진력도 좋지만, 그것이 민주적 절차를 짓밟는 불도저식 추진력이라면 곤란하다. 결과 못지않게 절차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일 절차상의 민주주의를 외면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어찌될까?
어쩌면 우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를 새천년 시대에 다시 맛보게 될지도 모른다. 정말 생각만 해도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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