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관리가 공천 좌우
시민일보
| 2005-12-27 21:56:53
{ILINK:1} 열린우리당의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이 지난 26일 지방선거출마 예상자들에게 ‘2006년 지방선거 종합매뉴얼’이라는 것을 돌렸다.
내년 5월로 예정된 지방선거에 대한 전략이 담긴 일종의 지침서다.
그런데 거기에는 ‘기자 관리’와 ‘언론 사업’이 공천을 좌우한다는 기상천외한 내용이 들어있다.
실제 지침서는 “공천후보의 상품성을 극대화하려면 ‘언론 사업’이 가장 유력한 수단”이라며 기자들에게 후보 알리기 등 ‘언론 홍보 사업’과 친분 있는 기자 인맥을 형성하는 ‘기자 관리 사업’에 매진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이쯤 되면 기자를 조종하고 언론을 조작하려는 지침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우리당은 27일 오전 해명 보도자료를 통해 “2006 지방선거 종합 매뉴얼은 정식 발간 이전에 당내 의견을 수렴해 소량 배포한 시험교정본”이라며 “여기 실려 있는 내용은 집필자들의 개인적 초안일 뿐, 우리당과 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같은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것은 너무 지나치다.
도대체 기자들을 얼마나 우습게 여겼으면, 노골적으로 관리대상에 포함시킨단 말인가.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의 말대로 자유당 시절에도 이렇게 노골적인 정치교육은 없었을 것이다. 이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언론 길들이기 대책들보다 더 정교하고 지능적인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는 집단에서 언론개혁을 운운할 수 있었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민주적이고 건전한 여론형성보다 사주와 광고주의 이해만 쫓는 언론을 언론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정 정치인에 편향적인 언론을 올바른 언론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외면하고 권력과 자본의 눈치만 살피는 언론이 비난 받듯이, 특정 정치인을 비호하는 언론은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모든 언론을 대상으로 정치적 편향과 정치적 비호를 하도록 유도하라는 지침서를 정치초년생들에게 내렸으니, 집권당은 아무래도 지금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기자는 자존심을 먹고 사는 직업인들이다. 자존심이 무너진 기자는 더 이상 기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밥 한 끼 얻어먹었다고 해서 기자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기자를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방법은 자신의 능력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기자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방법뿐이다. 단순히 다른 인맥을 관리하는 것처럼 대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거듭 말하지만 기자는 관리 할 수 없는 야생마와 같다. 야생마를 잘못 올라탔다가는 낙마해 크게 다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