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가재는 게 편

시민일보

| 2006-01-03 18:50:26

{ILINK:1}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게리맨더링’ 합작으로 인해 시군구별 기초의회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4인을 뽑는 선거구를 2인으로 분할하는 선거구획정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노동당 같은 소수당 후보들의 기초의원 진출기회가 더욱 좁아지고 말았다.
이대로라면 영남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서로 나눠먹기를 할 것이고, 호남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수도권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싹쓸이’를 할 것이 분명하다.
결국 민주노동당만 ‘피박’쓰는 셈이다.
개정 선거법은 ‘중선거구제’를 적용해 내년 지방선거 기초의원 선거부터 선거구당 2~4명을 뽑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암묵적인 동의하에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 둘로 쪼개고 만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13일 4인 선거구를 모두 없애고 2인 선거구 121곳, 3인 선거구 42곳으로 통과시켰다.
인천에서도 4인 선거구는 하나도 남아나지 않았다. 당초 인천시 선거구획정위는 2인 선거구 8곳, 3인 선거구 15곳, 4인 선거구 9곳으로 하는 안을 마련했으나, 인천시의회는 2인 선거구 29곳, 3인 선거구 13곳으로 확정하고 말았다.
이는 거대 양당의 기초의원 싹쓸이를 보장하기 위한 일종의 ‘게리멘더링’이다.
각 시도별로 기초의회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요식행위일 뿐, 실제 선거구획정은 당별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죽하면 민주노동당이 헌법소원심판과 조례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청구키로 결정했겠는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거대양당이 장악한 광역시도의회가 밀실담합과 날치기를 통해 4인 선거구를 무참하게 난도질했다”는 비난에 대해 확실한 답변을 할 필요가 있다.
열린우리당 김부겸 원내부대표는 최근 서울시의회와 경기도의회 등이 기초의원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 “국회가 위임한 권한을 지방의회가 남용한다면 의원입법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2월 임시국회에서 중앙선관위가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해 권한을 빼앗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그는 당시 열린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다양한 대표성을 지역에서 반영하라는 취지에서 지방자치선거법을 마련했는데 나눠먹기식으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며 매우 흥분한 모습을 보였었다.
필요하면 정개특위를 다시 구성해서라도 이런 추태가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필자는 그의 발언에 진정성을 느낄 수가 없다.
선거구획정과 관련, 열린우리당이 보여 온 이중적인 태도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임을 광역의회에 떠넘기는 것 자체가 문제다.
4인 선거구 분할에 단서조항을 넣은 것부터가 잘못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책임을 면하기 위한 조항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든다.
선거구획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역시 가재는 게 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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