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철학이다”
민병두(열린우리당 의원)
시민일보
| 2006-01-17 20:26:16
{ILINK:1} 도시는 철학이다. 세계의 모든 도시는 크든 작든 철학을 갖고 있다. 도시의 철학은 도시의 기억과 욕망속에 있다. 어떤 건축가가 “도시는 기억과 욕망의 결합체”라고 했다.
모든 도시는 기억을 갖고 있다. 전쟁의 기억, 영광과 개선의 기억, 모욕과 상처의 기억, 문화와 공동체의 기억을 갖고 있다.
빛고을, 광주에도 기억이 있다. 광주는 예향이었다. 광주는 투쟁과 희망의 도시였다. 5.18의 기억을 갖고 있다. 광주에서 그 기억이 사라진지는 오래다. 새로 광주문화중심도시를 설계하면서 우리는 광주의 기억을 복원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어둡다. 그것을 밝음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시민과 설계자의 몫이다.
서울에도 기억이 있다. 서울은 600년된 도시이다. 삼봉 정도전이 한양을 설계할 때 세가지 철학을 갖고 있었다.
첫째, 자연과의 조화이다. 정도전은 북악을 배경으로 관악을 마주보는 왕궁과 성을 지을때 풍수지리사상에 기초해서 한양을 지었다.
둘째, 유교이념에 근거한 도덕국가 이상국가를 한양에 접목시켰다.
한양의 4대문도 인의예지, 유교의 기본이념을 따라 작명했다. 숭례문 홍인문이 그것이다.
셋째 부국강병의 이념을 실현했다. 사병을 혁파하고 토지제도를 고쳤다.
이것은 한양, 즉 서울의 기억이다.
한양은 새로운 욕망에 의해 부숴졌다. 일제가 왕조의 건물을 파괴하고 한양을 해체했다. 해방이후 부동산자본주의는 서울을 무한 팽창시켰고, 규모의 경쟁을 촉진시켰다. 체제경쟁은 서울을 광장(여의도광장)과 탑(남산 송신탑)으로 상징하고 한강변의 성냥곽같은,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아파트군을 양상했다. 그것은 일제의 욕망이었고, 정권의 욕망이었고, 이제와서는 다시 기억이 되었다.
세계의 다른 도시들도 철학과 정체성을 갖고있다.
워싱턴DC는 시내의 가장 높은 곳에 국회의사당을 지었다. 백악관보다 화려하게 지었다. 국회의사당에서는 백악관을 내려볼 수 있다. 워싱턴DC의 설계자는 민의의 전당이 국민을 감시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서울을 만들어야 할까. 서울의 철학은 무엇이어야 할까. 첫째, 환경과 생태를 모두 복원해 자연과 조화하는 도시다.
한강에는 백사장이 복원되고, 한양 8경이 부활하며 한강주변에는 문화와 풍류가 있어야 한다. 한강을 포함해 서울의 개천에 물고기가 살아 숨쉬도록 해야 한다. 북한산을 포함해 서울은 원래의 자연적 기억을 찾아야 한다. 서울의 고궁과 문화거리는 중장기적으로 복원되어야 한다.
둘째, 통합의 이상이 구현되어야 한다.
계층과 세대가 통합되는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에는 빈민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절대빈곤층은 서울의 곳곳에 숨어있다. 이들이 서울에서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노약자가 도시의 활력속에서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새로운 부를 창출해야 한다.
서울의 성장동력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은 금융 중심도시라고 한다. 그러기에는 소프트웨어가 너무 낙후되어있다. 홍콩의 물류를 상하이로 옮기는데 최소한 20년이 걸린다고 한다. 홍콩과 상하이의 금융을 서울로 옮기는 데는 몇십년이 걸릴까. 동북아만을 상대로 해서 특화 금융중심으로 간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서울은 국제적 중심 평가에서 상당한 정도 뒤쳐져있다. 현재 금융중심도 아니고, 문화중심도 아니며, 컨벤션 중심도 아니고, R&D 중심도 아니다. 포브스 선정 500대 기업 중에 서울에 R&D센터를 갖고 있는 기업은 하나도 없다. 도쿄와 상하이에는 100여개 이상의 기업이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에 잠재력은 있다. 서울의 소비시장은 가장 역동적이고 실험적이다. 서울의 소비자만큼 새로운 것과 명품을 찾는 소비자는 없다. 핸드폰을 평균 1년2개월만에 모두 교체한다. 그래서 서울을 테스터 마켓이라고 한다. 서울은 정보통신인프라가 발전해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인터넷이 가능한 도시다.
서울은 세계에서 유비쿼터스 메트로폴리스가 가장 빨리 구축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나는 서울시민을 세계최초의 유티즌으로 만들고 싶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네티즌을 갖고 있는 것처럼 세계 최초의 유티즌시대를 구현하고 싶다. 세계에서 미래가 가장 빨리 오는 곳은 미국의 실리콘밸리라고 한다. 한국의 서울이 미래가 가장 빨리오는 도시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아울러 서울은 아시아 신문화,이른바 한류의 생산지이자 소비지이며 실험장이다. 아시안 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아시아 문화를 경험하고 향유할 수 있는 서울이 되었으면 한다. 요약하면 세계에서 미래가, 유티즌 시대가 가장 빨리 오는 서울, 아시아 신문화의 향유지로서의 서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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