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의 단식을 마치고

송영길(열린우리당 의원)

시민일보

| 2006-01-25 20:25:09

청주대 무용과 교수출신 비례대표 강혜숙 의원의 강력한 권유로 충북 청원 미원면에 있는 자연건강단식원에 들어갔다. 1년 전부터 몸과 마음을 비우기 위해 단식을 계획하고 있었던 터였다. 꼭 정치인이 아니라도 사회활동을 하는 중년 남성이 10일동안 사회활동을 단절하고 단식원에 들어간다는 것은 여간 결심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다. 30년동안 일본 니시 가쯔조 박사의 자연의학을 공부하고 실천해온 신영호 원장님을 소개받았다. 맑은 분이었다. 허름한 충북 청원 시골마을 집 토담방안에 짐을 풀고 단식을 시작하였다. 동물들은 상처를 입거나 아프면 단식을 한다고 한다. 단식을 하게 되면 나태하게 늘어져 있던 모든 세포들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활성화되어 문제가 해결된다고 한다.
뇌출혈로 피가 고인 사람들도 단식을 하게 되면 영양공급이 중단된 백혈구가 스스로 활성화되어 고인피를 모두 흡수하여 해소시킨다고 한다.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이 방법을 이해하였다면 뇌출혈로 쓰러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산야초효소을 먹으면서 하는 단식으로 물만 먹는 단식보다 여러가지로 효과가 좋은 것 같다. 공복감도 안느껴지고 몸이 쳐지지도 않는다. 아침마다 산행을 하고 4킬로미터 이상 산책을 하여도 피곤하지 않다. 시골하늘에 쏟아져 내리는 별빛을 보면서 정신이 또렷해지는 느낌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준 이란 책을 비롯하여 류시화의 인도여행기등과 함께 그간 못 읽었던 코리아헤럴드와 헤럴드트리뷴지, 뉴스위크지를 가지고 가서 틈나는대로 읽었다. 마치 감옥에 갇혔을 때 독방생활과 고시원시절 독방생활이 연상된다. 머리가 맑아져 글도 잘 읽혀진다.
한 번씩 현장에서 살짝 비켜 앉아 여유를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나의 단점과 부족한 점도 반성이 되고 돌이켜 보게 된다. 아침마다 단식원 주변 산하 논둑길과 산등성이를 돌아다니면서 시골의 풋풋한 자연의 기운을 마음껏 호흡할 수 있었다.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강혜숙 의원의 안내로 청주 고인쇄박물관을 들렸다. 직지를 보기 위해서이다. 1377년 간행된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인 흥덕사 주자본 의 현장을 보고 싶었다. 프랑스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직지가 솔본느대학출신으로 그 도서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박병선 박사에 의해 1972년 발견되어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인증된 이래 그 책을 만든 흥덕사지가 1985년 택지개발과정에서 발견되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직지의 내용 중 비사부 부처님의 계송을 인용하여본다.
모름지기 사대(地水火風)를 빌려서 몸이 태어나는 것이니 마음은 본래 없었으나 경계를 따라서 생기는 도다
무릇 前境이 없다면 마음도 따라 없어질 것이니 죄와 복도 요술과 같으니 일어나자마 멸하련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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