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시민일보
| 2006-02-12 19:50:29
{ILINK:1}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라는 노래를 참 좋아합니다. 복잡한 시청역에서 우연히 첫사랑을 만나고, 지하철을 함께 타 짧은 순간 옛사랑에 빠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한편의 영화같은 가사 때문이죠.
이 노래처럼 지하철역에서 옛사랑을 만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서울메트로(1~4호선)와 도시철도공사(5~8호선)에서 운영하는 서울지하철은 하루 평균 632만명, 연간 22억명을 수송하는 메머드급 대중교통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매일 지하철을 타다보면 첫사랑을 만나는 우연도 가질 수 있겠죠?
지난 8일에는 시청역에서 아침 8시부터 한시간 동안 일일 명예역장으로 근무했습니다.
매표소에서 승객들에게 직접 표를 팔기도 하고, 지하철 카드를 충전해 주기도 했습니다. 출근 승객들의 안전한 승하차를 위한 질서 돕기는 물론 역사 순회점검에 나서 역무원들의 근무환경도 일일이 살펴봤습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많은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역무원들과 공익근무원들 역시 환경문제에 대한 지적을 했습니다. 역무원들은 석면 등의 자재를 사용했던 예전보다 환경이 좋아지긴 했지만 지하에서만 근무해야 하는 여건 상(10년에 한번 꼴로 지상 근무) 아직까지는 지하철 역내 환경이 더욱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지하철 재정적자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이 개진됐습니다. 서울메트로의 경우 건설비의 과다한 차입(73.6%) 등으로 인해 현재 서울메트로의 재무구조는 취약한 상황입니다. 매년 10% 이상 증가하는 무임수송비용도 문제입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 지하철을 직접 운영하는 역무원들, 지하철역내에서 생업을 펼치고 있는 상인들 등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만난 시민들은 남대문, 동대문 시장에서 만난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제발 경제 좀 살려달라는 말씀들을 가장 많이 했습니다.
지금 정부는 계속해서 몇몇 통계만을 내세우며 경제가 살아난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밑바닥 경기는 차갑기 그지없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경제 당국 관계자들이 실적에 급급해, 또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위해 숫자에만 급급한 결과가 아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시청역에서 이대역까지 이동 후 하차했습니다. 지하 40m에 위치하고 있는 이대역은 서울 지하철 중 가장 깊은 산성역(지하 60m)과 더불어 상당히 깊은 곳에 위치한 역입니다. 이대역은 역사 구조상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이대역에서는 우선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탑승했습니다. 설 연휴 중에도 근무 중인 공익근무요원들과 대화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모두들 마스크를 하고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하철의 공기 질이 좋지 않다는 애로사항을 얘기 하더군요.
서울 지하철은 규모면에서는 세계 3~4위를 다툴 정도입니다. 22억명이라는 연간 수송량은 세계 3위이며 286.9km에 달하는 영업거리는 세계 4위입니다. 그런데 안전과 환경문제는 아직 미약한 것이 현실입니다. 지하철 역내 환경문제의 척도인 미세먼지의 경우 서울 지하철의 미세먼지 평균은 119.4㎍/㎥, 객차 안의 초미세먼지 역시 평균 118.4㎍/㎥로 홍콩(44㎍/㎥), 멕시코(61㎍/㎥)보다 훨씬 높은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안전문제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한달 사이에 서울과 수도권 지하철에서 4건의 전동차 운행 중단 사고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노후된 전동차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적시에 교체되지 못한 것이 주원인입니다. 지난 1년 동안 493건의 폭력 사건이 일어나고, 465건의 성폭력 범죄가 발생한 것 역시 현재 지하철의 안전도를 보여주는 척도입니다.
먼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후한 환기시설을 조속히 교체해야 합니다. 지면에 붙어 있는 도로변의 지하철 환기구의 높이를 높여 자동차 배기가스와 미세먼지의 유입을 차단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분진흡입차와 고압살수차를 각 노선별로 도입하여 선로변 및 터널 청소를 정기화해야 합니다. 영국의 경우를 벤치마킹해 지속적으로 지하철 역사와 플랫폼, 객실 내부에 대한 대기 질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도 필요합니다.
안전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하철 시설물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도를 평가해야 합니다. 비상사태에 대비한 지속적인 훈련과 캠페인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하철 역사와 객실내의 인화물질 현황을 점검해 최소화하는 작업도 시급합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노후한 전동차의 조속한 교체입니다.
지하철은 서울의 동맥입니다.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1~8호선은 서울의 구석구석을 가장 빠른 시간에 연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을 확충하는 것,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시급한 것은 서울의 동맥인 지하철을 더욱 안전하고, 더욱 편리하고, 더욱 깨끗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고객 감동의 지하철’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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