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상소로 본 노무현식 인사
정양석(한나라당 부대변인)
시민일보
| 2006-02-13 19:59:04
{ILINK:1} 노무현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소득세 및 증여세 탈루, 부동산 투기, 위법행위와 자질등의 문제점이 드러나 야당과 여론의 반대가 많은 7인의 국무위원 후보자에게 임명장 수여를 강행하는 오기정치를 보여줬다.
유시민 의원 등의 장관 임명은 열린우리당내에도 반대가 많았고 여론조사에서도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문회에서 장관후보들의 문제가 드러나자 열린우리당은 증인채택을 거부하는가 하면 각료 임명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말로 청와대를 거들고 나섰다.
노 대통령은 임명장을 수여한 직후 국회 인사청문회법을 자신이 도입했다고 자랑스러운 듯이 말했다.
청문회 따로 임명 따로를 자랑하는 그 대통령에 잘못된 인사를 감싸고 나서는 무책임한 그 정당 그 참모들이다.
지금처럼 3권 분립이 안 되어 있던 조선시대에도 절대 권력을 가진 임금의 잘못된 인사에 대해서는 피눈물로 직언을 했던 많은 지식인들의 상소(上疏)가 있었다.
공익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건 선비들의 사명감과 용기가 있었기에 왕조 500년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애국 선비들의 상소문을 오늘의 노무현 정권에 그대로 들려주고자 한다.
명종때 이조판서를 지낸 철학자인 이이(李珥)는 승려 보우가 명종의 친어머니인 문정황후의 비호아래 권력을 남용하자 명종에게 “문제 있는 사람을 측근에 두지 말도록” 호소했다.
또 이이는 “태학에서 소를 올려 항의를 하고 홍문관에서도 상소를 여러 날에 걸쳐 올렸습니다. 그런데도 전하께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으니 신하와 백성들이 실망해서 전하께서 온 나라의 공론을 믿지 않으시고 요망한 중 하나만을 옹호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자 삼척동자도 모두 웃었습니다.
(중략) 그리하여 조선의 백관들은 더 이상 간언을 드리지 않게 될 것입니다. 선비의 기운이 꺾이고 간하는 길이 막히면 곧은 선비는 전하의 거절하는 안색만 보고도 멀리 숨어 살 것이요. 반대로 간사한 사람들이 기회라 여겨 다투어 나오게 될 것입니다. 이로 말미암아 조정의 기강은 날로 문란해지고 국가의 명맥은 더욱 손상될 것입니다”라는 상소문을 올렸다.
광해군때 왕족인 이수는 광해군의 옆에 붙어서 충신을 모함하고 국권을 뒤흔들었던 이이첨에 대해 “신들은 이이첨과 평소 원수진 일도 없을 뿐더러 권력을 다투어서 모함할 일도 없고, 그들이 비록 세력을 잃는다고 해도 신들에게는 아무런 이득도 없습니다”라는 상소문을 올렸다.
또한 그 상소문에는 “다만 나라의 흥망과 운명을 같이해야 할 종친의 신하로서 종사가 위태롭고 망하는 것을 구하지 않는다면 어찌 왕족의 의리가 있다고 하겠습니까?”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외에도 성종때 성균관의 태학생(太學生) 65명은 “사람을 들이고 내쫓는 일을 신중하게 해야”라는 상소를 올렸으며, 선조때 임진왜란에 맞서 의병을 일으킨 조헌(趙憲)은 “사사로운 정으로 중책을 맡기지 말도록 하소서” 라는 상소를, 같은 선조때 재상을 지낸 이항복(李恒福)은 “훌륭한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는 것이 임금의 역할”이라는 상소를 올렸다.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다. 520년 전 이이(李珥) 선생 등 애국 선비들이 남긴 상소문은 오늘날에 와서 되풀이 된 권력에 의한 잘못된 인사에 대한 비판과 충고인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의 상소문은 과거사 바로잡기를 좋아한다는 노무현 정권이 가장 외면하고 싶은 역사의 기록일 것이다.
현대판 상소문인 언론과 여론은 노무현식 코드인사가 초래할 공직사회의 기강해이와 도덕 불감증의 확산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
인재의 등용과 관련하여 2300년 전 순자가 말한 “나라의 군주는 인재 등용시 마지못해 하는 것처럼 하라. 측근 신하들이 어질다고 평가해도 등용하지 말고 대부 모두가 어질다고 평가해도 등용하지 말고 나라사람 모두가 어질다고 평가할 때 살펴봐서 어짊을 발견하면 그때 비로소 등용하라. 버릴 때나 죽일 때도 같은 절차로 하라. 그것이 백성의 부모됨(爲民父母)이다”라고 충고했다.
아마 이 충고는 노무현 정권 임기 중에는 애초부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마음 편할 것이다.
내년 말 대통령 선거에서 인사를 바로 할 정권, 한나라당 정권으로 교체할 때 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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