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를 지키는 사람들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

시민일보

| 2006-03-09 19:30:30

평택의 넓은 들을 지나 대추리 대추분교를 찾아가는 동안 서쪽 바다로 넘어가는 붉은 태양을 보았다.
넓은 들에서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농부를 위로했던 그 태양이었을 것이다.
평화로운 평택의 넓은 들을 내다보며 좁은 의원회관에서 여유 없고 피곤하게 지냈던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이 아름다운 곳, 평화로운 곳에 우리 농민들을 쫓아내고 미군이 들어온단다!
그동안 일제시대부터 이곳 주민들은 크게 세 번이나 강제로 땅에서 쫓겨나야 했던 역사가 있다한다. 그런데 이제 제대로 농사짓고 살 수 있게 된 땅을 또 다시 미군기지로 쓸테니 주민들은 강제로라도 이주하라고 하는 미군과 정부의 요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주민대책위원회를 꾸려 미군기지 이전 반대운동을 끈질기게 벌여왔다.
그러나 자기 땅을 빼앗기게 된 주민들의 분노의 목소리, 슬픔, 고통을 무시한 채 정부는 강제로라도 땅을 빼앗아 주한미군기지로 쓰겠다며 법집행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일 이런 소식을 접한 인권단체, 신부님 등 각계에서 주민들을 돕기 위해 대추리 대추분교에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오는 길에 차를 함께 타게 된 마을 아주머니의 분노에 가득 찬 한 마디가 가슴을 찌른다.
“우리가 일군 이 땅을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내놓으라 하면 모를까 미국놈들을 위해 내줄 수는 없다.”

저녁, 지는 해를 감상하며 대추분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경찰과 몇차례의 마찰을 끝낸 후였다. 모두들 흥분되어 있었고 또한 자신감에 차 있었다.
움푹 패인 지형에 자리한 초등학교는 들판 한 가운데 있었다. 이곳에 1200여명의 전의경들이 4군데로 나눠 진입하려 하였으나 연세 드신 주민 한 분이 그 앞에 드러누워 ‘나를 밟고 지나가라. 나를 죽이고 가라’며 꼼짝 않고 항의하는 바람에 더 이상 진입하지 못했다한다.
저녁 촛불 집회에 참석한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이 입을 모아 하시는 말씀이 ‘여기서 죽는다 한 들 아무 미련 없다. 내 힘으로 일군 땅을 또 다시 빼앗기면 더 이상 살아갈 수도 없다. 농사짓던 놈이 농사 말고 무엇을 하며 먹고 살 수 있겠는가?’
정부는 국익을 위해서는 어쩔수 없으니 몇 안 되는 주민들이 이해하고 양보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정부가 말문이 막히면 그냥 떠들어대는 국익이란 무엇인가?
우리 국민들을 이 땅에서 내동댕이치고 그 땅내주고 온갖 시설 갖추는데 어마어마한 돈까지 내주는데 남는 국익이란 무엇인가?
더이상 미군의 군화발에 이 땅을 내주어서는 안된다. 늦은 밤 잠시도 긴장을 늦출지 못하고 밤새 경계에 여념이 없는 분들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까만 하늘에 별이 너무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팍팍한 서울에서는 볼수 없는 아름다운 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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