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공비는 단란주점 술값용?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03-14 18:53:38
{ILINK:1} 민주노동당 성북구위원회가 판공비 관련 주민감사 청구를 접수했다.
성북구의회 윤 모 의원이 기관업무추진비로 지난 1년 동안 단란주점을 13회 출입하면서 500여만원을 ‘펑펑’써댔고, 면세점에서 화장품, 양주 등을 구입하는 비용으로 2회에 걸쳐 300여만원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 모 의원 역시 지난해 1월과 9월, 2차례에 걸쳐 300여만원 어치의 양주를 구입해 동료의원들에게 선물을 하는 등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한다.
구정을 감시하고, 예산이 주민을 위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해야 할 지방의원들이 판공비란 명목으로 국민의 혈세를 이처럼 마구잡이로 낭비하고 있다는 민노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걱정이다.
정말 국민의 혈세가 구의원들의 단란주점 출입비용으로 쓰여도 괜찮은 것인지, 수입양주와 외제 화장품 선물비용으로 쓰여도 된다는 것인지 구의원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도시건설위원회 소속 구의원들은 지난해 6월1일부터 3일까지 공통업무추진비로 의원연수를 독도로 다녀왔다고 한다. 의원 연수 장소가 독도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독도에서 도시건설과 관련된 선진문물을 배웠을까? 거기에서 잘 짜인 반듯한 도시의 모습을 보았을까?
사실 매일 저녁 8시부터 잡혀 있는 의원간담회를 제외한 모든 일정이 관광이었다고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구의회 의장의 해명이다.
그는 또 “민노당이 조그만 술값이나마 대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술값을 냈던 것을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과연 500여만원을 ‘조그만 술값’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특히 그는 의원들에게 양주를 돌린 것에 대해 “이것은 성북구의회 의장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구의회들도 의례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와 유사한 일이 성북구의회뿐만 아니라 서울시 25개 대부분의 자치구의회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이는 현재 지방의원들의 도덕적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 사회에 만연한 부패와 국민의 혈세낭비가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할 것이다.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모쪼록 이번 주민감사청구를 계기로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지방자치가 제대로 발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감사청구 서명에 동참한 성북구 주민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아름다운 결실을 맺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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