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테니스장' 스케치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

시민일보

| 2006-03-22 18:46:08

열린우리당 ‘황제 테니스 뇌물의혹 진상조사단’은 21일 문제가 되고 있는 잠원동 소재 테니스장을 방문하였다. 한마디로 잠원동 실내테니스장은 시민의 것이 아닌 이명박 시장을 위한 초호화판 황제 테니스장이었다.
잠원동 실내 테니스장은 마감공사 중이었지만 외관부터 최고급 시설로 조사단과 취재 기자들을 압도하는 느낌이었다. 조사단이 공사현장 관계자를 설득해서 자물쇠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니 잠원동 테니스장은 3개의 코트를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이명박 시장은 왜 54억짜리 테니스장을 건립했을까? 가장 어이가 없었던 것은 3개 코트의 천정 중앙에 매달린 상량문이었다. ‘입주상량 서기 2005년 11월23일 서울특별시장 이명박’이라는 글자가 수 미터 아래에서도 눈에 확 들어왔다.
이 테니스장은 누굴 위한 것일까? 2층의 편의시설은 그야말로 이 테니스장이 누구를 위한 시설인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화장실과 탈의실은 겨우 몇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놓았고, 휴게실은 최신 주방시설을 갖추었는데 소파를 놓으면 시장의 응접실에 가깝다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공사관계자는 체육관 우측으로 실외 테니스장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실내는 시장용, 실외는 시민용일지 모른다.
학교용지를 보존하면서 지었다? 앞서 밝혔던 대로 이 잠원동 테니스장은 관할교육청과 어떤 협의도 없이 가건물로 위장해 건립되고 있는데, 서울시교육청과 강남교육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분명하게 이를 재확인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신타워 아파트 주민 안 모씨께서는 애당초 서초구와 서울시가 학교용지를 보존하고 공원을 조성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고 몇몇 한나라당 시·구 의원들과 쑥덕공론으로 테니스장을 지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공사 초기에도 이 테니스장이 구민편의시설이 아닌 시장과 몇 사람의 테니스장이 될 것이라는 말이 이들 시·구의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흘러나왔다고 주장했다.

잠원동 학교부지는 실내외 공사로 이제 황제테니스장을 부수지 않는 한 교육용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학교용지를 보존했다는 이 시장의 해명은 하루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가건물이다? 도대체 54억을 투입해 가설건축물을 짓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누가 이 시설을 보고 가건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장을 방문한 수십 명의 기자 사이에 웃음이 터졌는데 이명박 시장이 현장에서 이 호화 테니스장을 가건물이라고 우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건축법을 교묘히 이용해서 가설건축물로 위장하고 초호화판 테니스장을 교육청과 협의도 없이 굳이 고집스럽게 세워야만했던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잠원동 초호화판 테니스장 천정에는 이 시장의 오만과 특권, 비리의혹이 이명박 시장의 이름과 함께 또렷이 아로새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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