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시청기자단의 유착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03-22 19:33:12
{ILINK:1} 이른바 ‘이명박 홍보용’으로 조선·중앙·동아·연합 기자 등 무려 9명이 서울시 예산으로 미국 동행취재 길에 나선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더구나 이들은 이 시장의 미국 출장에 동행하면서도 ‘황제(공짜)테니스’ 의혹에 대한 취재와 보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 서울시와 시청기자단의 유착관계가 의심스런 부분이다.
실제 서울시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행사가 임기 말을 앞둔 시장의 차기 대권행보를 위한 홍보성 행사에 동행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
22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이명박 서울시장은 지난 11일부터 워싱턴-뉴욕-로스엔젤레스를 방문해 서울시와 자매결연 등을 하는 출장을 다녀왔다.
원래 출장 일정은 20일까지였으나 이 시장은 일정을 앞당겨 18일 귀국했다.
서울시는 이 시장을 포함해 수행원 13명과 함께 출입기자 8명 카메라기자 1명을 동행했다. 서울시는 이들의 취재경비를 공무원여비규정(4∼5급 대우)에 따라 한 사람 당 400만원씩이나 지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의회가 정한 예산범위 내에서 공개적인 심의심사를 거쳐 마련한 재원”이라며 “연간 1억1000만원이 승인되고 그 범위 내에서 정당한 집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명박 홍보용’이라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며 “해당언론사에 법적대응도 검토할 생각”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이 시장 일행이 워싱턴에 도착한 직후인 13일(한국시각)부터 국내에서는 ‘시장의 잠원동 테니스장 공짜사용’, ‘독점사용’, ‘사용료 대납’ 등 갖가지 의혹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는데도 이 시장과 가장 가까이 있던 동행취재진 중 한 사람도 의혹의 당사자인 시장의 입장이나 해명을 통해 기사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장의 목소리를 처음 보도한 것은 이 시장이 직접 해명하러 일정을 앞당겨 18일 귀국한 공항에서 국내에 있던 서울시 출입기자들이었다.
따라서 기자동행은 ‘이명박 홍보용’이 아니라는 서울시의 해명은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과거에 해오던 관습대로 했는데 무슨 문제냐는 식의 반박은 너무나 어이가 없다.
사실 그동안 서울시와 시청 출입기자단과의 유착관계는 그 도가 지나칠 정도였다.
기자단에 속해 있는 기자들 가운데서도 한겨레신문의 모 기자 등 의식 있는 기자들은 이 같은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다. 시와 기자 사이에 유착이 이뤄지다보니 제대로 된 비판기사를 내보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시민일보가 시청기자단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이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을 충분히 예상한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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