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돌이' 박계동의 자충수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03-26 17:58:14

{ILINK:1}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예비주자인 박계동 전 의원은 전략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의 지지율은 원내 주자들 가운데서 최하위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등을 보면, 한나라당 경선구도는 현재 맹형규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이 각축전을 벌이는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다.
이들의 뒤를 이어 ‘40대 기수론’을 내세우고 있는 박 진 의원이 바짝 추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박계동 의원은 무명의 한 원외 경선후보와 하위권에서 접전을 벌일 만큼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박 의원은 당초 “‘친이(親李)진영 후보단일화’를 이루겠다”며 “이재오 의원과 후보단일화를 이루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 의원은 상당히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의원의 돌출행각은 여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었다.
박 의원은 최근 “홍준표 의원과도 후보단일화를 이루겠다”며 은근히 홍 의원에게 압박을 가했었다. 그러다가 정작 홍 의원이 후보단일화에 응할 뜻을 밝히자, 이번에는 거꾸로 박 의원이 이를 거부하고 말았다.
실제 홍준표 의원은 지난 2월 17일 불교방송에 출연해 “두 사람이 당내 경선에서 끝까지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박 의원과 의논해 (단일후보를) 발표 하겠다”고 말했으나, 박계동 의원은 같은 달 19일 “현재 상태로는 단일화가 어렵다”고 일축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느닷없이 외부인사영입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오죽하면 홍 의원이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것이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겠는가.
박 의원의 전략은 이런 것 같다.
자신이 친이 진영의 후보가 되기 위해 우선 이재오 의원이 원내대표출마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자신에게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진 것처럼 발표하면, 지지율이 급상승해 홍 의원과 후보단일화 협상을 할 때 자신이 유리할 것이란 판단을 한 것 같다. 하지만 홍 의원의 지지가 워낙 두터워 박 의원은 그 벽을 깨지 못했다.
그러자 뚱딴지 같은 외부인사영입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신이 주목을 받지 못하자, 이번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가는 맹형규 전 의원의 발목을 붙잡는 물귀신 작전을 펼쳤다.
박 의원은 택시기사들과 간담회를 위해 지역을 방문한 박 대표를 수행 하던 지난 22일 봉변을 당했다. 전략 공천에 반대하는 당원들에게 둘러싸여 멱살이 잡히는 등 소동이 빚어진 것이다. 그런데 박 의원은 다음날 국회기자회견을 통해 “당명에 의해 요청받은 전략공천은 맹형규, 이원창 전 의원과 더불어 3인이 합의한 사안”이라며 맹형규 전 의원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이제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박 의원의 발언은 흡사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것은 누구를 탓할 일이 못된다. 그것은 ‘꾀돌이’ 박 의원이 자초한 일이기 때문이다. 선거는 꾀도 필요하지만 진실이 더 큰 무기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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