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특권의식

노웅래 열린우리당 의원

시민일보

| 2006-03-27 19:07:20

“국회의원은 일반인과 무엇이 다른가요?”
지난주 지역의 한 모임에서 참석한 한 분이 초등학교 딸의 숙제라며 느닷없는 질문을 주셨습니다. 저는 우스개 소리처럼 “남을 위해 사는 사람 아니겠느냐?”고 대답했습니다.
정치인의 입에 발린 사탕발림처럼 들리시겠지만 제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요즘은 “정치인 ‘씹는’ 맛에 산다”는 분들도 계시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자조적인 말씀이라도 드려 같이 웃자는 것이었지요.
이런 질문이 오가는 것 자체가 그만큼 우리 국회의원의 역할과 자세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는 역설이 아닐는지요.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오만과 특권의식에 대해 요즘 갖는 느낌을 적어봅니다.
한나라당은 요즘 지방자치체 선거를 앞두고 시쳇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공천 신청자들이 장사진을 이룬답니다.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5.31 지방선거에서 ‘땅짚고 헤엄치기’에 ‘당선은 맡아놓은 당상’이라는 생각들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보면서 저는 한나라당이 과거 차떼기 정당 시절의 오만과 특권의식에 또 다시 함몰된게 아닌가 걱정이 듭니다.
이명박 시장 ‘황제 테니스 파문’은 ‘무늬만 야당’인 이런 낡은 ‘멘탈리티’의 산물입니다. 주말마다 51차례, 그것도 일요일 하루종일, 토요일 반나절을 그 좋은 코트와 자연환경 독점해서 공짜 테니스 친 것을 ‘몰랐다’로 면피할 수 있을까요?

한나라당 전 사무총장의 성추행 사건은 그 자체도 충격이고 아픔입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처리과정은 아무런 반성과 책임도 지지 않는 한 공당의 오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박근혜 대표는 성추행 당사자인 사무총장이 탈당했기 때문에 더 이상 당이 할 일은 없다고 선을 긋습니다.
공무원이 공무 중 사고를 내면 국가는 거의 무한책임을 지고 배상이나 보상을 합니다. 일반 기업에서 조차 직원의 근무 중 사고에 대해서는 기업주가 책임을 집니다. 하물며 한 당의 책임자가 자당 소속의 국회의원을 내치는 것으로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할 일 다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들을 우습게보는 ‘집단적 오만’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한나라당은 새로 총리로 지명된 한명숙 국무총리 내정자에게 지명 전부터 당적 포기를 요구하며 그렇지 않으면 “청문회를 보이콧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국무총리 내정자에게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의 ‘공정관리’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는 것은 야당입장에서 충분히 요구할 수 있다고 봄니다. 그러나 무조건 ‘당적 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정치’, ‘책임정치’ 자체를 부정하는 것 아닙니까?
‘한나라당’하면 왠지 뭔가 바꾸고 개선하려는 야당다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오랜 세월 ‘볕뉘 누려온 무늬만 야당’인 여당같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비단 저 혼자만일까요?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