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기본은 지켜라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03-29 19:11:54
{ILINK:1}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 기관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들 모두가 제대로 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면 무슨 문제이겠는가. 하지만 불행하게도 여론조사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너무나 팽배해 있다.
물론 이같은 여론조사 불신풍조는 여론조사기관들 스스로 자초한 면이 많다. 여론조사기관이 제대로 된 여론조사, 즉 원칙에 입각한 공정한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생 여론조사기관인 ‘더피플’ 역시 이번에 큰 과오를 범하고 말았다. 물론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조작을 시도하기 위해 ‘더피플’이 의도적으로 이렇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여론조사는 결과적으로 여론조작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더피플’은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더피플’은 29일 서울시장과 관련,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엉터리 통계결과라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더피플’은 각 정당 후보를 자기 입맛에 맞는 대로 골라잡아 제멋대로 가상대결을 벌인 것부터가 잘못이다.
실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가상대결 상대는 우리당 강금실, 민주당 김성순, 민노당 김종철 후보였다. 그런데 같은당 맹형규 의원과의 가상대결 상대는 우리당 강금실, 민노당 김종철 후보로 같지만 민주당은 느닷없이 김경재 전 의원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바뀌게 된 동기나 배경에 대한 설명도 없다. 하지만 민주당 김경재 후보와 김성순 후보는 득표력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더피플’ 자신들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도 이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재 전 의원은 6.5%이고 김성순 전 의원은 4.5%다. 따라서 이는 공정한 여론조사라고 말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정당성을 강조하는 김경재 전 의원은 반(反) 열린우리당 후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반면, 김성순 전 의원은 반(反) 한나라당 색체가 강한 후보다.
즉 김경재 전 의원은 한나라당 후보의 표를 잠식하는 반면, 김성순 후보는 열린우리당 후보의 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김경재 전 의원은 ‘전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김성순 전 의원은 ‘전 송파구청장’이라고 소개한 것 또한 잘못이다.
특히 박주선 전 의원이 가장 유력한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민주당 후보로 공히 박주선 후보를 넣고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게 상식이다.
물론 앞서 필자가 말한 바와 같이 ‘더피플’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이렇게 조작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실수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오가 너무 잦으면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여론조사기관은 신뢰가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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