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에 대한 정부의 역할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

시민일보

| 2006-04-02 18:57:06

{ILINK:1} 론스타는 2003년 10월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되기 위하여 주식의 50.5%를 매입했었고 이를 위해 1조 38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채 3년이 되지 않는 현재 론스타는 소유하고 있는 외환은행주식을 매각하여 4조 5000억원에 달하는 양도차익을 세금 한 푼 부담 없이 해외로 가져 가려 하고 있다. 론스타가 매입할 때 외환은행의 주가는 4525원이며 현재는 약 1만2300원에 달하고 있다.
론스타 소유주식을 매입하고자 하는 국민은행은 외환은행을 합병하기 위하여 시가보다 높은 1만5400원에 주식을 매입하려고 한다. 결국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차익은 약 4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해 국세청은 1조원 가량의 세금을 추징하려고 한다. 이에 대해 론스타는 외환은행 과세차익은 외형상 주식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세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나라가 벨기에, 미국 등과 맺은 이중과세방지협정(tax treaty)을 근거로 들고 있다.
위와는 별도로 론스타는 2004년 6월 스타타워빌딩의 매각으로 2800억원의 차익을 남겼고, 이에 대해 국세청은 지난해 세무조사를 통해 140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이러한 과세에 대해 론스타는 한국과 이중과세방지협정을 맺은 벨기에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매매이기 때문에 세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론스타의 벨기에 법인은 매각과정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미국 본사가 실질적인 매각을 주도했다고 하여 조세협약을 악용한 것으로 판단하였고, 이에 대해 추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위 논쟁의 초점은 론스타가 한국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사업을 하였는지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한 조세조약상 사업소득에 관하여는 ‘비거주자가 한 체약국에 소재한 국내사업장을 통하여 사업을 영위하지 않으면, 상대방 체약국의 기업소득에 대해 과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론스타의 국내법인인 ‘론스타코리아’를 고정사업장으로 볼 수 있는가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정사업장’은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고정된 장소를 말하며, 법인세법에서는 ‘기업이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고정된 장소’로 정의하고, 조세조약에서는 ‘기업의 사업이 전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영위되는 고정된 사업장소’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고정사업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사업장소가 물리적으로 존재해야 하고, 사업장소가 어느 정도 시간적 계속성(보통 180일 정도)을 지녀야 하며, 사업장소를 통하여 사업이 수행되어야 한다.
외환은행 매각이 진행 중이던 2002년 10월 25일, 외환은행장에게 보낸 ‘외환은행과의 협력을 위한 의향서’에서 “서울에 있는 스티븐 리(론스타코리아 대표)가 외환은행 투자와 관련된 협상을 대표한다(represent).”고 적시했다고 한다.
위 의향서에 의하면 론스타코리아는 스티븐 리가 서울에서 사업을 하였고 스티븐 리가 있었던 장소를 사업장소로 볼 수 있어 사업장소가 존재하며, 시간적 계속성을 지니고 외환은행 매매라는 사업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고정사업장’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외환은행 매각차익에 대한 과세는 정당한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사례가 지난 2003년 일본에서도 발생한 적이 있음을 주목하여야 한다.

그 당시 일본정부는 “론스타가 부실 채권에 대한 투자사업으로 얻은 이익 400억엔을 누락 신고했다”면서 140억엔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 때에도 론스타는 “일본에 법인은 있지만 투자업무에 대해서는 미국 본사가 일본의 변호사를 통하는 형태를 취했기 때문에 투자사업에 있어서 항구적 시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일본 국세청은 “일본 법인은 실질적인 항구적 시설(고정사업장)”이라며 과세했다. 또한 고정사업장 개념을 적용해서 2002년에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에 세금을 추징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이다.
결국 세법상 외국회사에 대해서는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과세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외국회사가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다면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하여는 세금을 부담하여야 한다.
정부는 론스타에 대하여 반드시 과세해야 하며, 세금 납부를 거부할 경우에는 국내에 있는 외환은행주식 등 론스타 소유자산에 대한 가압류조치, 관계자에 대한 출국금지조치, 유사한 사례를 처리한 바 있는 일본과세당국와의 공조를 통한 과세자료의 확보 등의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서 막대한 국부가 유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조세조약을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대주주로서 이번에 막대한 순이익(1조원 이상)을 기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소유주식을 고가로 매각하여 한국을 떠나기 위하여 주주에 대한 배당을 한 푼도 하지 않았다. 기업사냥꾼으로서의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하였고 이 과정에서 전형적인 모럴해저드를 보여 주었다. 론스타에 대하여 정부는 엄정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세계의 기업사냥꾼(Raiders)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밖에 없을 뿐이며 이번 론스타의 경우는 그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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