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거품 vs 오세훈 거품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6-04-06 19:16:17

{ILINK:1} 한나라당 ‘새정치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이 6일 열린우리당의 ‘강금실 카드’에 맞서 ‘오세훈 카드’를 서둘러 꺼내들었으나, 당내의 반응은 너무나 냉담했다.

사실 ‘강금실 거품’에 ‘오세훈 거품’이라는 충동적인 전략으로 맞서려 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박세일, 남경필, 이성권 등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과 국가발전연구회 소속의 박계동, 심재철 의원 등은 오세훈 카드가 침체돼 있는 경선레이스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당 지도부가 ‘영입’이란 모양새를 갖춰줘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아예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자 오세훈 카드를 빼든 측에서는 시민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의원들이 모두 자신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 같았다”고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당 지도부가 아무도 수요모임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기 때문이 아니라, 한마디로 말 같지가 않아서 외면해 버린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초·재선 의원들의 주장을 굳이 정면으로 비판하고 반박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 전 의원이 영입이 아니고, 스스로 출마한다고 주장하면서 경선레이스에 합류한다면 그것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물론 오세훈 전 의원이 스스로 출마를 결심하거나, 혹은 포기하거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 사정이다.
하지만 그가 출마를 결심한다고 해도 맹형규 전 의원이나 홍준표·박 진 의원 등보다 더 대우를 받아야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물론 몰아치는 강금실 바람을 잠재울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굳이 오세훈 카드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오 전 의원의 출마가 당내 경선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 하지만 침체돼 있는 분위기를 띄우는 시너지 효과 정도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사람에 대해 ‘영입’이라는 표현을 쓰면서까지 그를 띄워보려는 수요모임의 생각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오 전 의원의 출마에 영입이란 모양새를 갖춰 줄 경우, 기존 후보에 비해 프리미엄을 갖고 출발 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상에 그런 불공정한 경선이 어디 있겠는가.

사실 공정한 경선만 진행된다면 오세훈 전 의원이 경선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미미하다. 오 전 의원이 중량감 있는 후보도 아닌데다 출마하면 무조건 이긴다고 보장할 만한 어떤 믿음을 줄 수 있는 수치도 없다.

따라서 당 지도부가 오 전 의원의 출마를 위해 접촉을 시도한다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강금실 거품’에 맞서 ‘오세훈 거품’을 대항마로 생각하는 수요모임의 얄팍한 수가 이처럼 당내에서도 통하지 않는데, 하물며 서울시민들에게는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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