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잉태되는…

박성범 한나라당 의원

시민일보

| 2006-04-06 19:20:10

아침에 출근했더니 ‘국무총리(한명숙) 임명동의안’이 책상에 놓여있었다. 또 한 사람이 국민을 대표해 일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잘해낼 수 있을지가 벌써 걱정이 됐다. 이런 마음은 아마 국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로운 인물에 기대와 희망을 걸어보지만 그런 기대를 가졌던 자신을 향해 자조의 웃음을 지을 때가 오히려 많았을 테니 말이다.

인사청문회니 지방선거니 하며 후보들은 바쁘게 돌아다니는데 마음 놓고 희망을 걸어볼 리더는 어디에 있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읽은 한 권의 책이 떠올랐다. 그리곤 쉬운 결론에 도달했다. ‘인재를 길러내는 시스템이 없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지도자를 바랄 수 있겠는가?’

씨를 뿌리지 않았는데 열매를 구하는 도둑심보가 내게 있었구나 싶었다.

세계를 제패했던 로마는 그리 축복받은 땅이 아니었다. 바다를 접하고 있던 아테네와 달리 육지에서 적들과 대치할 수밖에 없었기에 로마인들은 늘 전쟁을 치르고 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로마인들은 바로 이런 환란 속에서 ‘팍스 로마니아’를 이룩할 제도를 고안했다. 바로 유능한 리더를 키워내는 인재양성시스템의 구축이었다. 적군 출신도 시민권을 부여해주는 포용력, 정계나 군대의 고위직에 있던 사람이 때에 따라서는 말단 직에서 일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융통성이 로마인들에게는 있었다.

당시 귀족파와 평민파로 국론이 분열됐을 때 실력에 기초한 인재등용을 제도화한 리키니우스법 재정은 로마인들의 개방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인재양성시스템을 도입한 로마는 양질의 인재들을 배출했고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10년이 넘게 로마를 공략했을 때도 로마는 다수의 탁월한 장군들로 인해 로마를 지켜낼 수 있었다.

지금 좋은 리더가 없다고 한탄만 해서는 안 되겠다. 한두 명의 천재적 리더를 바라지도 말자. 그가 사라지면 또 참된 리더에 목말라할 테니까. 사회지도층이나 국민 모두가 두터운 리더층을 지속적으로 양산하는 시스템에 욕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탁월한 리더층이 있는 진정한 강대국을 소망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인재양성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교육제도, 정부, 청와대, 정당 구조를 개편하자. 그런데 우리의 교육계, 정치계, 관료계의 시계는 거꾸로만 가는 것 같다. 교육계는 자립형 사립고 확대를 계속 늦추면서 느닷없이 학군재조정을 논의하고 있다.

인재를 기르지 못하고 영입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우리 정치권도 문제다. 성공하는 조직은 준비된 사람을 쓰는 곳이 아니라 쓸 사람을 기르는 곳임을 왜 모르는 걸까?

끊임없이 푸른 나무를 생산해낼 숲, 그리고 그 숲을 만들어 낼 모판, 즉 좋은 인재양성시스템을 고안해보자. 지리적 악조건을 탁월한 인재양성시스템으로 극복했던 로마제국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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