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누구에게 폭력을 배웠나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시민일보
| 2006-04-10 19:14:49
{ILINK:1} 새학기를 맞아 학교폭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정부부처의 해결노력 홍보가 요란하다. 교육부는 지난 3월13일 경찰청과 함께 학교폭력추방의 날을 맞이하여 ‘학교폭력 자진신고기간 운영’과 ‘폭력없는 학교만들기 1000만명 서명운동’ 선포식을 가졌다.
교육부와 경찰청이 추진하고 있는 학교폭력 대책과 성과를 보면 그 요란함만큼이나 화려하다. 경찰청에 의하면 2005년 3월4일부터 5월 말까지 신고된 건수는 가해자, 피해자 포함해 1만1737명에 이르고 자진신고 학생은 모두 불입건됐고 고발된 가해학생 1969명은 입건되었으며 불량서클은 752개가 해체되었다고 한다.
교육부는 범정부 차원의 학교폭력 근절대책으로 학교폭력이 감소하고 있으나 학교차원의 대응능력이 여전히 미흡하고 학교 안팎의 유해문화가 상존하고 있다고 경찰청보다는 점잖게 진단하고 있다.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학교폭력으로 징계 받은 학생수는 2004년엔 7488명에서 2005년엔 6604명으로 소폭 감소하였다. 교육부와 경찰청의 노력으로 신고 건수는 늘었고 그 덕분에 학교폭력이 점점 줄고 있다고 한다.
경찰청의 학교폭력근절책을 살펴보면 역시 방법이 경찰청답다. 교육부는 어떤가? 교육부의 올해 대책은 학교폭력 예방교육 의무화, 단위학교 학교폭력신고 및 대처시스템 강화, 지역사회와 연계를 통한 사회안전망 구축, 학교폭력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강화 등이다. 지난해에 뜬 대책 중에서 학교주변 CCTV설치가 올해엔 전혀 눈이 띄지 않는 것은 의아하다.
학교폭력은 심각한 교육문제이자 사회문제로 국민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원인 진단 및 해결방안은 정부기관과 교육·인권단체 간에 차이가 존재한다.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에 대한 교육시민단체와 인권단체들의 문제제기는 정곡을 찌르고 있다. 학교에는 학생 대 학생 폭력 외에도 학교가 학생에게 가하는 폭력, 교사가 학생에게 가하는 폭력이 구조적, 관행적으로 존재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험 보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학생들의 사고와 육체를 구속하고 있는 학교의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교육 방법은 또 어떠한가? 여러 형태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각종 교육목적의 두발, 복장 단속, 체벌 등은 왜 여전할까?
바로 학생들이 예비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게 지적되고 있다. 각종 학교폭력 통계수치를 보면 학생들이 범죄의 주체로 강조되다 보니 교육의 주체로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감시와 처벌위주의 대책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그러다 보니 가해자만 부각되고 피해자에 대한 대책은 별로 신통치가 않다.
당장의 학교폭력을 대응하고 예방하는 데는 현재 교육부와 경찰청이 진행하고 있는 것들이 진통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에 폭력이 존재하듯 학교에도 폭력이 불가피하게 존재한다는 점에서 학교폭력 문제는 근본원인을 짚어 장기간을 두고 근본처방을 내려 학교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현상이 매우 긴 기간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는 점과 가해자의 집단적이라는 점, 중심가해자와 그를 지켜보거나 부분 동조하는 학생들의 도덕적 불감증 때문이다.
학생이 폭력을 배우는 곳은 가정과 학교와 사회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 영화, 만화 등에 난무하는 폭력,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가하는 체벌 등은 아이들의 무의식 중에 폭력성을 각인시키게 된다. 이는 피해자에게도 무기력증을 심어준다. 폭력이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학교 안팎에서 학습되는 것이다. 모두 다 아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 점은 매우 중요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덧붙인다면,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서열화 된 대학을 향해 경쟁하는 입시제도와 출신대학을 중시하는 학벌위주의 사회도 간과하지 말고 짚어볼 필요가 있다. 성적으로 줄 세우는 입시지옥에서 학생들은 공동체보다는 개인을, 협력보다는 경쟁을 추구하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을 정부가 나서서 예방하고 책임지려고 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그 책임의 방향을 올바로 잡고 깊이와 넓이를 확대하여야 한다.
언론을 통해 별로 부각은 안 되고 있지만 교육부도 중요하다고 여기는 학교폭력 처방전이 있다. 바로 학생인권보장, 학생자치 활성화, 인권교육 강화, 저소득층 학생교육복지 지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처방전은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정부가 더욱 더 장기적인 안목과 의지를 가지고 치밀하게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인권수준이 많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인권은 학교담장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은 옳은 지적이다. 학생들이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교육을 빌미로 침해당하고 있는 인권이 복원되고 보장되어야 한다. 인권 없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자치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인권교육을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진행해 아이들의 여린 마음에 아름다운 인권감수성을 키워줘야 한다. 나의 인권과 친구의 인권이 왜 소중한지 교육활동을 통해 학습되고 체화되도록 해야 한다. 뜻있는 교장, 의식 있는 교사들에 의해 학교와 교실차원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공동체교육, 인권교육이 전국의 학교와 교실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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